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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비용이 된다"…해운 탈탄소 해법으로 김동관이 주목한 '전기추진선박'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1.16 16:33
수정 2026.01.16 16:33

다보스포럼 기고 통해 해운 탈탄소 해법으로 '전기추진선박' 전면 제시

"규제가 비용이 되는 시점 임박…선박 동력 체계의 근본적 전환 필요"

전기화 넘어 항만 전력화·ESS 결합한 무탄소 해양 생태계 구축 강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024년 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세션 세계 최초 탈화석연료 선박에서 한화의 해양 탈탄소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한화그룹

200년 넘게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글로벌 해운업계에 변화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 탄소 규제가 실제 비용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전기 추진 선박이 해운 탈탄소의 실행 가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다보스포럼 기고문에서 전기 추진 선박을 콕 집어 언급한 것도 규제 시계가 앞당겨진 현실을 반영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해운 탈탄소 해법으로 전기 추진 선박을 전면에 제시했다. 오는 19일 개막하는 제56회 WEF 연차총회를 앞두고 공개된 글이다.


전기 추진 선박은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으로 모터를 돌려 움직이는 배를 말한다. 배터리만 쓰는 순수 전기 방식과 내연기관을 보조로 쓰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모두 포함한다.


김 부회장이 전기 추진 선박에 주목한 배경에는 탄소 배출이 실제 비용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임박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 전후 해운 부문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해운을 배출권거래제(ETS)에 편입했다. 이에 따라 해운사는 2026년 2025년 배출량의 70%, 2027년부터는 배출량 전량에 대해 배출권을 제출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탄소 배출이 기업의 현금 흐름을 압박하는 재무 리스크로 직결되는 셈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해운 탄소배출 감축 목표. ⓒ한화그룹 홈페이지

이 같은 규제 환경에서 전기 추진 선박은 해운업계가 당장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장거리 대양 항해보다는 항만, 연안, 내륙, 단거리 항로에 적합하지만, 운항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즉각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강화되는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이런 평가가 확산되면서 시장 성장 기대도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 선박 시장은 2025년 48억5000만 달러에서 2032년 183억9000만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전기 추진 선박 확산 과정에서 ‘에너지원’을 둘러싼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선박을 전동화하더라도 항만에서 공급되는 전력이 화석연료 기반일 경우 해상에서 줄인 탄소 배출이 육상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 추진 선박이 실질적인 탈탄소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확충과 함께 항만 전력화가 재생에너지 등 청정 에너지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회장이 기고문에서 “단기적으로는 탄소 포집이나 상쇄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장기 규제 대응을 위해서는 선박 동력 체계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짚은 이유다. 단순히 배를 전동화하는 기술을 넘어, 항만에서 대체 연료로 깨끗한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담아 선박에 공급하는 ‘에너지 생태계’ 전체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화그룹의 실제 사업 행보로 이어진다. 한화엔진은 최근 노르웨이의 전기 추진 시스템 전문 기업 SEAM(심)을 약 2890억원에 인수하며 전기 선박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SEAM은 단순히 모터를 만드는 것을 넘어 전력 제어와 시스템 통합(SI)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김 부회장이 강조한 ‘지능형 전력 관리’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그룹 산하 기업들도 친환경 해운에 필수적인 기술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조선업체인 한화오션은 그룹 전체의 역량을 활용해 암모니아 가스터빈과 같은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첨단 무탄소 선박을 개발 중이다. 동시에 첨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청정에너지 솔루션을 해양 인프라 전반에 통합해 선박과 항만이 생태계 변화에 발맞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한화는 유럽 항만 당국과 협력해 청정에너지로 충전되는 ESS와 선박용 충전소를 제공하는 시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기고문 말미에서 무공해 해양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해운업 탈탄소화는 복잡하고 장기적인 과제지만, 지속적인 혁신과 체계적인 인프라 개발, 강력한 민관 협력이 결합될 경우 전환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며 "기업과 항만, 정부, 기술 파트너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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