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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표 ‘하트맨’…첫사랑의 향수와 가족의 온기 사이, 부담 없이 웃고 싶을 때 [볼 만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1.14 09:10
수정 2026.01.14 09:10

권상우 특유의 경쾌한 에너지와 로맨틱 코미디의 정서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영화 '하트맨'이 관객을 찾는다. 최원섭 감독과 권상우가 ‘히트맨’ 시리즈 이후 다시 손을 잡은 이번 작품은, 첫사랑의 기억과 가족의 일상이 교차하는 이야기를 통해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지향한다.


영화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을 환기하는 음악과 함께 시작된다. 한때 밴드 보컬로 무대에 서던 청춘 승민(권사우 분)의 과거는, 성공보다 설렘이 앞섰던 시절의 기억으로 그려진다. 첫사랑 보나(문채원 분)와의 재회가 아닌, 사고로 기억되는 공연의 밤은 이후 그의 인생을 다른 방향으로 틀어놓는다. 음악과 무대, 젊음이 한순간에 멀어지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현재로 이동한다.


중년이 된 승민은 악기점을 운영하며 딸을 키우고 있다. 팬이었던 아내와 이혼했지만 서로 왕래를 하면서 딸을 함께 육아하고 있다. 그러던 중 오랜 시간 소식이 끊겼던 보나가 다시 나타나면서,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익숙한 궤도에 올라선다. 문제는 두 사람의 재회가 감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조건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를 극도로 싫어하는 보나와, 아이가 삶의 중심이 된 승민의 현실은 자연스럽게 충돌한다.


이 영화가 택한 방식은 설정을 과장하거나 극단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캐릭터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코미디에 집중하는 쪽이다. 아빠의 사랑을 응원하며 비밀을 함께 품게 된 딸 소영은 이야기의 중요한 축으로 작동한다. 동시에 아이를 극도로 불편해하는 보나와 소영의 티격태격하는 관계는 영화 곳곳에 유쾌한 긴장을 더한다. 서로를 경계하고 부딪히는 두 사람의 온도 차는 갈등보다는 웃음을 만들어내며, 관계 코미디의 재미를 자연스럽게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가치관의 차이는 자극적으로 확대되기보다, 일상의 상황 속에서 소소한 해프닝으로 변주된다. 그 결과 '하트맨'은 긴장감으로 관객을 몰아붙이기보다,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리듬을 따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로 완성된다.


권상우는 중년의 가장이라는 설정 속에서도 여전히 소년 같은 결을 지닌 승민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사랑 앞에서 서툴고 설레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인물의 태도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서와 맞물리며, 캐릭터를 한층 친근하게 만든다. 허둥대는 순간과 솔직한 반응들이 웃음을 자아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소년미는 중년의 로맨스를 다루면서도 영화가 무겁지 않게 흘러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동력이다.


가족 코미디로서의 호흡 역시 안정적이다. 권상우는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딸 소영 역의 김서현은 당찬 에너지로 이야기의 리듬을 조율한다. 아이의 존재는 단순한 귀여움에 머무르지 않고, 어른들의 감정과 선택을 비추는 장치로 기능한다. 문채원은 아이를 대하는 미묘한 거리감과 설렘 사이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차갑고 독립적인 보나의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한다. 첫사랑의 이미지를 환기하는 시각적 매력과 더불어, 일상적인 대사와 멜로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인물의 선택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하트맨’이 새로운 공식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2000년대 중후반 한국 극장가를 채웠던 음악·로맨스·가족 코미디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미덕은 참신함보다도 안전함에 가깝다. 자극적인 설정이나 과감한 변주 없이, 가족 단위 관객이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코미디라는 점에서 제 역할을 다한다. 14일 개봉. 러닝타임 99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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