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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인에 엄마까지 내세운 '연프', 도파민은 세지고 출연자 보호는 나몰라라? [D:방송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1.12 14:20
수정 2026.01.12 14:22

전 연인이 새 애인을 만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환승연애' 시리즈, 남매가 출연해 혈육의 연애를 관전하는 '연애남매'에 이어 이제는 어머니가 대놓고 간섭하는 '합숙 맞선'이 방영되면서 연애 예능이 주는 '도파민'은 점점 커지는 중이다. 그런데 포맷이 고자극으로 진화하는 속도만큼 일반인 출연자들이 받는 '악플'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SBS '자식 방생 프로젝트-합숙 맞선'

SBS는 신년부터 '자식 방생 프로젝트-합숙 맞선'이라는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결혼을 원하는 싱글 남녀 10명과 이들의 어머니 10명이 5박 6일 동안 한 공간에서 합숙하며 연애와 맞선을 동시에 치르는 포맷이다. 엄마들이 직접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고 직업·나이·연봉 등 스펙을 공개해 사윗감·며느릿감을 고르는 구도가 핵심이다. 2회 방송에서는 변호사 출연자에게 어머니들의 선택이 몰리고 손해사정사·쇼호스트·프로골퍼 등 남성 출연자들의 직업과 재산이 상세히 언급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요즘 연예예능 중 제일 도파민이 많이 터진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화제성을 얻고 있다.


이 포맷은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된 연애 리얼리티의 흥행 공식을 정교하게 섞은 결과이기도 하다. 전 연인들이 다시 한 집에 모여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재회를 택하는 '환승연애', 남매가 서로의 연애를 지켜보는 '연애남매', 남의 연애를 점쳐주던 점술가들끼리 만나는 '신들린 연애'까지 최근 몇 년간 연애 예능은 출연자의 사적인 부분을 방송에 더 깊이 끌어들여 현실적이면서도 자극적인 연출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부모 세대까지 합류한 '합숙 맞선'은 연애와 결혼, 세대 갈등, 경제력까지 한 화면에서 압축해 보여주려는 시도로 읽힌다.


문제는 이런 고자극 포맷의 중심에 있는 이들이 대부분 전문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라는 점이다. 방송 안에서는 제작진의 편집과 자막, 음악에 따라 순정파, 철벽남, 회피형 같은 캐릭터로 소비되지만 방송이 끝난 뒤에는 실명과 직장, SNS 계정을 가진 한 사람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은 공식 채널 일부 영상의 댓글을 막거나, 모니터링·신고를 통해 심한 악플을 삭제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만 출연자 보호에는 역부족이다.



ⓒ티빙

두 회차만을 남겨둔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4'의 반응을 보면 그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프로그램 특성상 전 연인을 두고도 새로운 출연자에게 마음을 뺏기는 건 어쩔 수 없고 재회보다 새로운 만남을 가지게 되는 게 더 자연스럽지만 한국 정서 상 새 연애를 선택한 출연자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양다리', '도덕성이 없다'는 식의 비방이 반복되고 있다.


남자 출연자가 새 연애를 택하려는 경우 그 출연자의 전 여자친구에게 동정 여론이 생기며 남자 출연자가 택한 새로운 여자에게 악성 댓글이 달리는 식이다. 이번 시즌에서 역시 특정 여성 출연자의 행동을 짜집기 해 '불륜하는 사람 같다'는 식의 과한 비난까지 붙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남자 출연자는 보통 '회피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대화의 맥락이 잘린 채 '전 여자친구에게 배려가 없다', '이기적이다'라는 이미지가 굳어진다.


출연자별 팬덤이 생기고, 팬덤 간 '편 가르기'가 본격화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출연자를 위해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방식의 여론전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모습이다. 출연자의 사생활이나 과거 연애사를 캐내 공유하는 게시물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합숙 맞선'은 아직 방영 초기라 뚜렷한 악플 논란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구조적으로는 더 취약한 지점도 있다. 출연자 이름과 나이, 직업, 학력, 자산 수준까지 비교적 자세히 공개되는 데다 어머니 세대까지 방송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2회 방송에서 변호사 출연자에게 어머니들의 선택이 몰리자 반대로 '엄마픽'에서 한 표도 받지 못한 출연자에게는 어른들 눈에 왜 비호감인지 분석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향후 갈등 구도가 심화될 경우 자녀뿐 아니라 부모까지 조롱·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연애 예능 출연을 위해 참가자들은 제작진에 자신의 연애사, 가족관계, 직장, 경제 상황을 상세하게 제출하고 사전 인터뷰·검증을 거친다. 방송사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캐스팅과 편집 방향을 정해 시청률과 화제성을 챙긴다. 하지만 방송 후 쏟아지는 악플과 2차 피해에 대한 책임은 대부분 출연자 개인이 떠안는 구조에 가깝다.


출연자 보호를 위해선 제작·플랫폼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장치들이 훨씬 촘촘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영 이후에도 일정 기간 법률·심리 상담 창구를 유지하고 출연자 실명을 검색했을 때 악성 기사·영상이 상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플랫폼과 협력하는 방식도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출연자들도 어딘가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일반인이라는 생각을 시청자도 잊지 않아야 한다. 연애 예능은 더 자극적인 포맷과 갈등 구조로 눈길을 끌 수 있지만 그만큼 한 사람의 삶과 평판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타인의 연애와 감정을 제3자가 관전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줬다고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고자극 포맷의 실험이 계속될수록 그 안의 출연자들을 지킬 보호 가이드라인도 함께 업데이트돼야 할 때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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