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구조의 벽 넘었다…이전과 다른 '초호황기' 진입
입력 2026.01.08 10:47
수정 2026.01.08 10:47
삼성, 4Q 영업익 20조원 달성…DS부문 17조원 예상
범용 D램 가격 상승, HBM 수익성 급증 영향 분석
비메모리 적자 폭 감소·고객사 확보 겹쳐 개선 기대
연간 100조원 영업익 달성 가능성에 업계 시선 쏠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NRD-K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기업 역사에 새로운 한 줄을 더했다. 지난해 4분기 사상 처음으로 20조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돌파한 건 한국 기업 전체로 봐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지난해 하반기 본격화된 메모리 초호황기와 그간 고전해왔던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쟁력 회복이 맞물리면서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8일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0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8.2% 증가한 수치로,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 기록한 기존 분기 최대치(17조5700억원)를 29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매출 역시 93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함께 새로 썼다. 시장 전망치로 제시되던 18~19조원을 크게 웃도는 성적표다.
이번 실적의 중심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있다. 부문별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DS부문 영업이익이 16조∼17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전 분기(7조원) 기록을 단숨에 두 배 이상 뛰었다. 전사 영업이익의 8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영업이익률 또한 한 자릿수에 머물던 흐름에서 4분기에는 30% 후반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정된다.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이라는 호재 위에 그간 삼성전자가 고전해왔던 HBM의 경쟁력 회복이 겹치며 이번 사이크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메모리 가격은 분기 기준 약 50% 급등했다. 이같은 메모리 가격 상승은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HBM3E(5세대) 제품을 앞세워 고객사 다변화에 성공했다.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출하량을 빠르게 늘리면서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졌다. 최근에는 차세대 HBM4(6세대) 샘플 테스트에서도 주요 고객사로부터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으며 공급 확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2조원대 손실을 낸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사업부는 하반기에는 적자를 7000억원 미만으로 축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3분기 7000억원대였던 비메모리 부문 적자가 4분기 들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번 분기는 삼성 반도체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구조적 취약성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과거 삼성의 실적은 범용 메모리 가격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HBM과 같은 고부가 제품에서는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준 채 변동성에 취약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부문도 지속적인 적자로 전체 수익 구조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번 분기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부분이 고르게 성장하며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증권가는 연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올리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D램 가격 상승과 HBM 출하량 확대 등 메모리 호황이 예상되면서다. 특히 HBM 매출은 올해 20조원대 중반까지 늘어나며, 시장 점유율 역시 30%를 상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부 환경도 삼성전자에 우호적이다. 최근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엔비디아와 AMD의 AI 칩 공급이 재개되면서 HBM 수요는 다시 한 번 확대 국면에 들어섰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는 2018년의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뛰어넘는 유례없는 초호황기가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테슬라, 애플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수십조원의 계약을 따냈고, 구글·AMD 등과 AI 칩 생산 협의까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에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사업부별 실적을 포함한 작년 4분기 및 연간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