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뻔한 '상해 임정 청사' 복원한 삼성…'숭산 프로젝트' 재조명
입력 2026.01.06 13:00
수정 2026.01.06 13:00
상하이 임정 청사, 삼성물산 직원들의 자발적 제안으로 1993년 복원
민가로 쓰이며 심각하게 훼손됐던 청사, 1920년대 모습으로 재현해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외관.왼쪽부터▲복원전▲복원직후(1993년)▲최근 모습.ⓒ삼성
중국 상하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민가로 훼손된 채 방치됐다가 1993년 복원될 수 있었던 것은 삼성물산이 추진한 '숭산(嵩山) 프로젝트' 덕분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삼성물산 직원의 제안에서 시작된 기업 주도 문화복원 사업이 일제강점기 항일 독립운동의 근거지를 되살려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가 포함되면서, 복원 과정 역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청사는 1926년부터 1932년까지 약 6년 동안 임시정부의 중심 역할을 했던 공간이다. 그러나 임정이 항저우로 이전한 뒤 오랫동안 민가로 사용되며 구조와 외관이 크게 변형됐고, 한때는 철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1990년대 초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청사의 훼손 실태를 확인하고 복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사내 현상공모에 상하이 출장 후 복원을 제안한 이재청 부장의 안건이 채택되면서 사업이 공식화됐고, '숭산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독립정신 계승과 민족 정체성 회복을 목표로 내건 프로젝트였다.
이후 삼성물산은 문화부와 독립기념관과 함께 현지 조사를 진행해 복원 가능성을 확인했고, 1991년 상하이시와 복원 합의서를 체결했다. 건물에 거주하던 주민들에게 이주비를 지원해 이주를 마친 뒤 본격적인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계단과 창틀 등 세부 구조까지 원형을 살렸고, 1920년대 사용된 가구와 생활 물품을 수집해 회의실·접견실·숙소 등을 임정 활동 당시 모습에 가깝게 재현했다.
복원된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의 내부.왼쪽 상·하단은 복원직후(1993년),오른쪽 상·하단은 최근 모습.ⓒ삼성
복원된 청사는 1993년 4월 13일,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에 맞춰 준공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김구 주석의 장남 고 김신 전 교통부 장관, 안중근 의사의 조카 안춘생 전 광복회장, 윤봉길 의사의 손자 윤주웅 씨 등 독립운동가 후손과 독립기념관·삼성물산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윤 씨는 삼성물산에 보낸 편지에서 "가족의 발자취가 남은 공간이 다시 살아난 것을 보고 깊은 감회를 느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임정 청사 복원과 함께 중국 전역의 한국 관련 문화재 실태조사도 병행했다. 문물·전적·유적지 등 1400여 건을 발굴해 자료집으로 정리하며 보존 사업의 외연을 넓혔다. 이번 복원 작업은 단순한 건축물 정비를 넘어, 해외 독립운동사의 상징 공간을 되살린 민간 주도 역사 복원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