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전망보고서]스마트폰 뒷걸음질? 제조사, AI·신규 폼팩터로 승부수
입력 2026.01.09 06:00
수정 2026.01.09 06:00
칩플레이션·공급 부족에 출하 감소…가격 인상 압박 커져
저가폰 줄이고 하이엔드 확대되나…AI·폴더블·XR로 전략 다양화
삼성전자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DX부문장)이 CES 2026 '더 퍼스트룩'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의 가격 상승 및 공급 부족으로 출하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가 상승 압박 속에서 AI 사양 업그레이드 경쟁이 치열해지며 제조사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환경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수직 계열화가 탄탄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포스트 스마트폰’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스마트 안경, XR(확장현실) 기기, 폴더블 제품 등의 개발·출시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공급난·원가 압박에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 전망
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장전망 기관은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는 최신 보고서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 위기: 2026년 스마트폰·PC 시장 분석과 잠재적 영향’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스마트폰 출하량이 최대 5.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2일(현지시간) 발표했던 0.9%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보름 만에 더 비관적인 전망으로 수정한 것이다.
IDC는 "2026년 중간 수준의 하방 시나리오에서는 시장이 2.9% 감소할 수 있으며, 비관적 하방 시나리오에서는 감소폭이 최대 5.2%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최신 리포트에서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이는 세계적인 칩플레이션(Chipflation·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주요 부품 공급 부족이 이어지며 원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구조적 현상 때문이다.
공급 부족은 결과적으로 스마트폰 ASP(평균판매가격)를 밀어올린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3~5%, 고비용 시나리오에서는 6~8% 상승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러한 가격 인상은 마진이 적은 저가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고급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경우 메모리는 전체 부품원가(BOM)의 10~15%이나 중급형 모델에서는 15~20%나 차지한다.
제조사들은 고성능 반도체 탑재를 프리미엄 모델 뿐 아니라 중저가 라인업까지 확대하느라 원가 부담이 늘고 있다. AI폰 수요 증가로 기업들은 텍스트 요약, 이미지 생성 등 중저가 모델에도 AI 기능 탑재를 확대하고 있다.
가트너는 생성형 AI 스마트폰 사용자 지출액이 2025년 2982억 달러에서 올해 3933억 달러로 32% 뛸 것으로 예상했다.
늘어나는 원가에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경우 고객 이탈 우려를 감수해야 한다. 특히 가격 민감도가 높은 중저가형 모델 라인업 비중이 큰 제조사일수록 부담이 크다.
가격 인상에 따라 교체 주기가 늘어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급등한 원가를 어느 수준까지 반영할지가 제조사들의 고민일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시장 전망 시나리오ⓒIDC
원가 압박 심화에 저가 모델 축소되나…제조사 딜레마
비용 전가를 택하지 않을 경우 수익 방어를 위해서라도 해당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왕양(Yang Wang) 카운터포인트 애널리스트는 “비용 전가가 어려울 경우 제조사들은 제품 포트폴리오 일부를 정리하기 시작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저가 SKU(보급형 모델)의 출하량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 충성도가 높은 제조사와 주력 사업이 저가 시장에 집중된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TCL, 트랜션(Transsion), 리얼미, 샤오미, 레노버, 오포, 비보, 아너, 화웨이 등 중화권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은 수익 구조를 감내하고 있다. 반면 애플과 삼성전자는 풍부한 현금 보유와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한 메모리 물량 확보로 원가 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수익 방어를 위한 할인 공세는 예년처럼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IDC는 "2026년에 출시될 신규 플래그십 모델의 경우 RAM 업그레이드는 없을 가능성이 크며, 프로(Pro) 모델은 16GB로 늘리는 대신 12GB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모델 출시 이후 나타나던 기존 모델의 가격 하락 폭도 과거와 같은 수준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삼성도 칩플레이션에 따른 가격 인상 부담을 언급했다. 삼성전자의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인 노태문 사장은 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칩 가격이 치솟고 있어 스마트폰 가격을 조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노 사장은 칩 가격 상승이 “전례가 없을 정도”라며 “(원가에) 가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임직원이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갤럭시 XR을 착용한 채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삼성
프리미엄 고도화로 돌파구 모색…이윤 더 남기는 제품 선호↑
애플의 경우 차기 기본형 아이폰 모델 출시를 2027년 초로 미룰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이터는 지난달 3일 IDC 전망을 인용해 "2026년 스마트폰 시장 하락은 부품 부족과 애플의 차세대 기본 아이폰 모델 출시를 2027년 초로 연기한 결정에 기인한다"고 전했다. 기본 모델 지연으로 iOS 출하량은 4%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출하 감소 부담 속 제조사들은 생산·판매 로드맵을 재조정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이 보장된 하이엔드 제품은 확대되고, 저마진 중저가 제품은 축소되는 방향이 유력하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모델 라인업 확대 보다는 기존 모델의 강점을 강화할 것"이라며 "삼성-울트라, 애플-프로·프로맥스 등 프리미엄급 판매 및 비중 증가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ASP를 상승시켜 전체 매출과 이익 성장을 개선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사들은 올해 경쟁력 높은 제품으로 소비자 수요를 견인하는 한편 신규 폼팩터를 앞세워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리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관심사는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이다. 맥루머스(MacRumors)는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이 올 가을 아이폰 18 프로 모델과 함께 출시될 것"이라며 북(book) 스타일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은 폴더블 아이폰 뿐 아니라 올해 봄 보급형 아이폰17e, 가을에는 슬림형 모델 에어2를 연달아 선보이며 아이폰 생태계 '락인 효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화권 제조사들의 공세도 거세다. 중국 IT 매체 기즈모차이나(Gizmochina)는 오포가 올 1분기 대형 폴더블 기기 'Find N6'를 내놓을 것으로 전하며, 퀄컴 스냅드래곤 8 Elite Gen 5 플랫폼이 탑재된 최초의 폴더블폰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 IT 매체 CNET은 비보(Vivo)가 듀얼 2억 화소(200MP) 카메라(메인·망원)를 탑재한 'X300 울트라'를 올해 봄 중국 및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폰 17 에어ⓒ애플 홈페이지
XR·폴더블·스마트안경까지…AI 시대 폼팩터 경쟁 격화
최신 사양 스마트폰 외에도 신규 폼팩터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확장현실(XR) 기기인 '갤럭시 XR'을 지난해 10월 출시하며 메타와 애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트라이폴드폰'을 출시해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안경에서도 경합이 예상된다. 메타는 지난해 연례 개발자 행사에서 소비자용 스마트 안경(Ray-Ban Display)을 공개했으며 올해 글로벌로 판매 지역을 확대한다.
애플은 2027년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 출시를 위해 연내 AI 스마트 안경 시제품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구글,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협력해 AI 기반 스마트 안경 개발을 추진중이다. 하드웨어는 삼성이, 디자인은 젠틀몬스터가 맡아 스타일과 실용성을 갖춘 제품으로 올해 출시가 예상된다.
오픈AI도 아이폰을 디자인한 조너선 아이브와 손잡고 스크린리스 AI 단말기 개발에 착수했다.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초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AI가 스마트폰 기술 표준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더 매력적인 하드웨어와 체감 성능, 합리적인 가격이 대중의 선호를 가르는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