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기업의 겨울 [기자수첩-산업]
입력 2026.01.05 07:00
수정 2026.01.05 07:00
고환율 비롯한 노사·제도 리스크가 불확실성 키워
기업이 본업 집중할 수 있을 때 경기 회복 시작돼
다사다난 했던 2025년의 마지막 해가 저물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기업들이 결정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 그 자체보다도 예측 가능성의 부재에 있다. 환율과 금리, 제도와 노사 환경까지 기업을 둘러싼 변수들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투자와 고용, 사업 확장에 대한 판단을 쉽사리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은 기업들을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처지로 몰아넣고 있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복합적이다. 고환율은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 비중이 큰 국내 산업 구조에서 비용 압박으로 직결된다. 여기에 노사 관계와 제도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경영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교섭 대상과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현장의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행정 지침을 제시했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같은 기업들의 인식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2월 말 발표한 기업경기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았다. 단순히 한 분기 수치에 그치지 않고, 2021년 3분기 이후 기준선을 넘지 못하는 흐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 부진이 구조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종별로 보면 체감 온도의 차이는 더욱 분명하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의 영향을 받은 반도체 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운 화장품 산업은 비교적 전망이 나은 편이다. 반면 식음료, 철강, 비금속광물 등 전통 제조업과 내수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기준선을 한참 밑돌았다. 경기 회복의 온기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특정 분야에만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부담이 가장 크게 누적되는 곳은 중소기업이다. 내수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일수록 원가 상승과 수요 둔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치로 드러난 격차는 곧 산업 생태계 전반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업들이 직면한 과제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다. AI, 친환경, 디지털 전환 등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중장기 성장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장 부담으로 느끼는 요소는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불확실성이다.
고환율 문제 역시 단기적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해외 자금을 국내로 유도하거나 공적 자금을 활용한 시장 안정 조치가 일시적인 효과를 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늘어나야 투자 유입과 환율 안정이 함께 이뤄질 수 있다. 결국 답은 기업이 기술과 시장,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경기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