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막는 ‘유사성’ 문제…웹툰·웹소설 시장, 개선 의지 있나 [제자리걸음 웹툰·웹소설②]
입력 2026.01.02 07:30
수정 2026.01.02 07:30
콘텐츠 플랫폼 리디를 통해 연재 중이던 쪼인트 작가의 ‘사의 연’이 판매 중지됐다. 같은 플랫폼에서 연재된 ‘쏘 롱 썸머’(so long, summer)의 김차차 작가가, 자신의 작품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며 지난해 8월 문제를 제기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쏘 롱 썸머’와 ‘사의 연’ 유사성 문제는 판매 중지 결론으로 끝나지 않았다. 김 작가가 유사성 여부를 외부적으로 명시해 달라는 요구했지만, 리디로부터 회사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내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폭로를 이어갔다. 결국 지난해 10월 김 작가는 출판사를 이관하고, 연재는 리디에서 이어나가는 것으로 논란을 일단락했지만, 독자들의 씁쓸함은 이어졌다. 웹툰·웹소설 업계 내 뿌리 깊은 표절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이어졌던 것이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김 작가는 “내가 입은 피해는 하나의 사건이고 나라는 개인의 특수한 사례일 뿐, 전체를 나쁘게 규정지을 만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웹툰·웹소설 업계의 유사성 논란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표절 여부를 입증하는 것 자체도 힘들며 인정이 되더라도 조용히 판매 중지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일이 다수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다.
2024년 웹소설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의 레팔진프 작가가 ‘뺏긴 자리에 미련없습니다’의 최아리 작가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무려 12년 동안 연재됐던 웹툰 ‘윈드브레이커’가 트레이싱(다른 그림을 밑에 놓고 베끼는 행위) 논란 끝에 네이버웹툰에서 퇴출당하기도 했다.
독자들로부터 ‘타 작품과 구도 등이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문제가 제기된 ‘윈드브레이커’는 조용석 작가의 공식 사과까지 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드문’ 경우로 평가한다. ‘유사성’ 관련 문제를 플랫폼이 받아들여 작가를 퇴출시키고, 당사자가 직접 사과하는 일련의 ‘공식적인’ 과정들을 웹툰 업계에서는 그간 보기 힘들었던 것이다.
웹툰과 웹소설 시장의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 웹툰 작가에 따르면 특히 웹툰, 웹소설은 키워드를 통해 독자들의 선택을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장르, 소재를 바탕으로 팬덤이 형성돼 있어서 작품들이 서로 유사성을 많이 지닐 수밖에 없다.
법적 다툼을 통해 표절을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작품을 출간하는 출판사, 연재하는 플랫폼 측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거나, 작가들의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는 등 표절 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도 오간다.
한 웹소설 작가는 내부적으로 '기준'을 마련하는 등의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클리셰'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자체적으로 '기준'을 마련하거나, 단호한 '합의'를 통해 이 같은 사례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작가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해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한 웹소설 작가는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결국 '가성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쉬운'길을 선택하는 것이 쉬워진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구조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작가들을 위한 '투자'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