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쿠팡 특별감독 예고…중대재해 은폐 의혹 제기
입력 2025.12.30 22:48
수정 2025.12.30 23:44
국회, 쿠팡 개인정보 유출 등 연석청문회 개최
노동장관 “산재 정황 상당…전수조사해 볼 것”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을 하다 사고로 숨진 택배노동자 고(故) 오승용 씨와 관련,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산업재해에 해당함이 상당해 보인다. 빠른 시일 내 처리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쿠팡 협력업체 소속 택배기사인 오 씨는 지난달 10일 오전 2시 10분께 제주시 오라2동 한 도로에서 1t 트럭을 몰다 전신주를 들이받아 중상을 입었고, 당일 오후 3시 10분께 사망했다.
오 씨의 유족은 이날 청문회에 방청인으로 나와 “장례식장에 쿠팡 직원이 1명도 오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연락조차 없이 묵인하고 있다. 사과하는 게 힘드냐”면서 눈물을 흘렸다.
헤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정말로 죄송하다.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산재 인정과 보상 요구에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 장관은 “대단히 잘못됐고 물량을 채우지 못할 때 고용이 불안해지는 구조적 문제를 악용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산재 처리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근로복지공단에서 처리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장관은 쿠팡이 다수의 업무상 질병 산재 소송을 진행하는 데 대해 “업무상 질병 사건은 회사의 산재 요율 산정에 아무런 지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쿠팡이 소를 제기해 얻을 이익이 없다”며 “무리한 소송이고, 산재보험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 은폐 의혹…‘현장 훼손’ 지적
이날 청문회에서는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고(故) 장덕준 씨 사건 관련 의혹도 제기됐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전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 간 메신저 대화에는 김 의장이 CCTV를 통해 장씨가 물 마시거나 잡담하고 서성거리는 등의 내용을 수집하라는 지시를 한 정황이 담겼다.
김 장관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대재해 원인 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대재해가 발생되면 노동부 장관은 중대재해 발생 원인을 조사할 수 있는데, 사실이라면 제가 조사할 수 있는 현장을 훼손한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의 산재 은폐 가능성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필요성도 제기됐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3년간 재해 현황 데이터를 보면 재해 710건 중 구급차로 이송된 건 359건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351건은 회사 차량 등을 이용했고, 산재 처리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쿠팡 내부 문서인 ‘안전사고 병원 대응 가이드’에 사고 발생 시 관리자에게 먼저 보고하고 병원 이동은 구급차가 아닌 관리자 차량을 이용하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재걸 쿠팡 법무담당 부사장은 “저희는 산재 처리를 하도록 오히려 독려하고 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며 “지금까지 많은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났는데 미신청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부 차원의 특별근로감독이 충분히 필요하고, 근로복지공단과 119,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전수조사해보겠다”고 답했다.
노조 회피 의혹…인사제도 문제도 도마
쿠팡이 노동조합 결성에 대비해 회사를 쪼개기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장관은 “쿠팡은 직고용된 택배노동자,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소속 택배노동자, 대리점하고 위탁계약한 특수고용노동자 등 세 종류의 기이한 고용 형태가 있다”며 “똑같은 업무를 하는 노동자가 왜 세 종류의 고용 형태를 갖는지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인하는 것 같으며, 노동자를 혐오하는 것 아닌가 깊은 의심이 든다”고 의문을 표했다.
쿠팡의 인사관리제도에 대한 위법 소지도 지적됐다.
안 의원은 쿠팡이 개인 성과에 따라 4단계 등급을 부여하는 인사관리제도를 운용하며, 하위 10%에 부여하는 LE 등급을 받은 직원은 성과개선계획(PIP)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과도한 과제가 난무하고, 통과하지 못하면 사실상 퇴사 압박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인사관리제도는) 합리적 기준이 있어야 하고, 정당한 직무 전환 기회 등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쿠팡 인사관리제도가 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