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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노란봉투법 겹악재 맞은 재계, 내년도 잿빛 전망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12.31 06:00
수정 2025.12.31 06:00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업 부담 가중 정책 추진돼

정년 연장·주 4.5일제 등 친노동 정책 밀어붙일 듯

재계 "정책 리스크로 경영 불확실성 커질 가능성"

재계 안팎에서 다가오는 2026년에도 정책 리스크로 인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한층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재계가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실용적 시장주의'를 내세우며 재계와의 소통을 확대해왔지만,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1·2차 상법 개정안 등 기업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 법안들이 잇따라 통과되면서다. 재계 안팎에서는 다가오는 2026년에도 정책 리스크로 인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한층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내년 3월부터, 1·2차 상법 개정안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넓히고 하청 노동자에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재계는 그동안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의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의 경우에도 노동조합의 파업이 가능하다는 해석지침을 내놓았지만, 재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지침이 구체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산업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구조적 통제의 예시로 '계약 미준수시 도급·위수탁 계약의 해지 가능 여부'를 들고 있어 도급계약에서 일반적인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계약 해지도 구조적 통제 대상이 된다고 오해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노동안전분야도 사용자 판단의 예시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적시해 지침의 내용과는 달리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이행까지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될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또 "공장 해외이전과 같은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대해 정리해고, 배치전환 등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단체교섭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는데, 이는 불분명한 개념으로서 합병 분할 등의 사업경영상 결정 그 자체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기준이 형해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법 개정 역시 재계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여당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1차 상법 개정안을 7월에 처리한 데 이어,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강화의 내용을 담아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도 9월에 처리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은 내년 1월 처리를 목표로 논의되고 있다.


재계는 이사회 책임 확대에 따른 소송 리스크 증가와 함께 중장기 투자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재계와 수차례 소통에 나섰음에도, 재계가 우려를 표한 법안들이 속속 추진되면서 내부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내년에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정년 연장이나 주 4.5일제 도입 등 친노동 성향의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정년 연장의 경우 세대 갈등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주 4.5제는 생산성 저하나 인건비 부담 등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경총이 최근 발표한 회원사 151곳 대상 '2026년 노사 관계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2.9%가 내년 노사 관계가 올해보다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 기업의 83.6%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산업 현장 갈등과 노동계 투쟁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어 기업들은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조합의 요구 다양화(52.7%)', '노동계 우호적인 입법 증가(34.5%)' 등도 기업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정책이 단기간에 쏟아지면서 기업들이 중장기 경영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내년은 투자와 고용 모두에서 보수적인 판단이 불가피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장의 우려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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