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진 머리카락, 복지가 될까?"…대통령 한마디에 들썩인 '탈모' 시장 [약간궁금]
입력 2025.12.29 06:00
수정 2025.12.29 09:01
늘어나는 탈모 환자, 李 대통령 탈모약 건보 적용 언급
탈모는 완치가 아닌 유지, 보험 적용 논란에 시장은 '시끌'
제약사에겐 블루오션, 기존 치료제 넘는 신약 개발에 '사활'
약(藥)과 소비자 사이(間) 장벽을 허무는 코너입니다. 병원에서 처방 받는 전문 의약품부터 편의점에서도 구매 가능한 일반 의약품, ‘약’이 아니지만 제약 회사들이 만드는 건강기능식품까지, 약간이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진지하게 물어보고 답을 구해 쉽게 풀어드립니다.
탈모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탈모는 미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약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탈모인들은 “실질적 지원이 필요했다”며 환호했고, 주식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신신제약, 위더스제약과 같은 이른바 ‘탈모 테마주’들이 들썩이기 시작했죠. 대통령의 한마디에 최근 ‘머리카락 안보’가 국가적 의제로 부상했습니다.
“죽은 모낭에선 머리 안자라는데”…탈모, 건보 적용으로 ‘시끌’
과거 탈모는 중년 남성의 고민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세대를 가리지 않습니다. 2023년 기준 탈모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25만명 가운데 2030세대가 40% 가량을 차지했을 정도죠. 서울 종로의 이름 난 탈모 성지 또한 젊은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이런 수요 덕분에 지난해 국내 남성형 탈모 전문 의약품 시장은 1880억원까지 커졌습니다. 2020년 탈모약 처방액이 1542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세입니다.
특히 오리지널 약물인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와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 등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값이 싼 제네릭(복제약) 개발이 활발해진 점도 탈모약 시장 성장을 견인했죠. 지난해 국내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성분 탈모 치료제 시장에서 제네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5%, 54%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먹는 탈모약은 ‘재생이 아닌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입니다. “탈모 정복은 노벨상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피나스테리드나 미녹시딜 같은 표준 치료제는 호르몬을 억제해 빠지는 속도를 늦출 순 있지만 이미 죽어버린 모낭에서 머리카락을 다시 자라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탈모약 건보 적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입니다. 탈모약은 복용을 중단하면 3~12개월 내에 효과가 사라져 탈모가 다시 재개됩니다. 사실상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관리형 약물’이죠.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는 일종의 노화 현상이기 때문에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꽉 밟고 있던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것과 같다”며 “현재로서는 근본적인 완치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탈모인 모두에게 평생 약값을 지원한다면, 재정 부담도 가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암이나 희귀 질환이 아닌 삶의 질 개선에 쏟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가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는 숙제입니다. 일각에서 “탈모가 질병이면 성형수술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 어린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죠.
제약사에겐 ‘황금알 낳는 거위’…가짜는 경계해야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국내 제약사들은 탈모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탈모 시장이 단순한 고민을 넘어 조 단위의 거대한 ‘블루오션’으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치료제와 같은 의약품을 포함해 의료기기, 화장품 등을 모두 포함한 글로벌 탈모 시장 규모는 약 12조원에 달합니다. 업계에서는 2030년 탈모 시장 규모가 약 22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죠. 제약사들에게 탈모는 놓칠 수 없는 난제인 동시에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인 셈입니다.
국내에서는 JW중외제약이 모유두 세포에 있는 GFRA1 수용체에 결합해 하위 신호체계를 활성화 시켜 모낭 증식과 모발 재생을 촉진하는 신약 후보물질 ‘JW0061’를 개발 중입니다. 호르몬을 억제했던 기존 제품과 달리 모낭 줄기세포를 자극해 모발 재생을 목표로 하는 ‘퍼스트-인-클래스’ 신약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죠. JW0061은 7개국에 특허 등록을 완료, 임상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벤티지랩은 위더스제약, 대웅제약과 함께 매일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한 주사제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인벤티지랩은 현재 한 달에 한 번만 투약하면 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IVL3001’을 개발, 내년 상반기 국내 및 해외 4개 기관에서 동시에 임상 1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활개하는 ‘가짜’도 경계해야 합니다. 최근 식약처는 탈모 예방 효과를 표방한 의료기기 및 화장품 광고를 무더기로 적발했습니다. 화장품의 경우 SNS를 통해 탈모약, 모발 성장 촉진과 같이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죠.
식약처 관계자는 “화장품은 (탈모를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특히 해외 직구 제품은 부작용 발생 시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고 거듭 경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