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V' 팔 걷어붙인 정의선…포티투닷 어떻게 쓸까 '고심'
입력 2025.12.25 06:00
수정 2025.12.25 06:00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4일 포티투닷 사옥 방문
E2E 기술 탑재된 아이오닉6 기반 자율주행차 시승
SDV 의지 여전하지만…포티투닷 입지 애매해져
송창현 전 사장 후임 여전히 '공석'…신중론 짙어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뉴시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기술을 직접 확인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 SDV 기술 개발 계열사인 포티투닷(42dot) 사옥을 찾아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차량을 실제로 시승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면서다.
그간 송창현 전 AVP(첨단차플랫폼)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에게 전권을 맡겨왔으나, SDV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는 임무를 끝내지 못하고 사임한 만큼 포티투닷의 입지를 어떻게 정리할 지 고민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지난 24일 오전 포티투닷 판교 사옥을 방문해 아이오닉 6 기반 자율주행차를 직접 시승했다.
해당 차량은 E2E(엔드투엔드)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차량으로, 시승 이후 정 회장은 포티투닷 개발성과에 대해 격려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이 갑작스레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은 포티투닷이 그간 쌓은 기술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간 송 전 사장에게 SDV와 관련한 전권을 맡겼지만, 송 전 사장이 임무를 마치지 못하고 최근 사임했기 때문이다.
포티투닷은 2019년 애플·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출신인 송 전 사장이 창업한 업체로, 2022년 현대차가 42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세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총 2조원 가까운 투자를 쏟아부었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SDV는 미래차 시장에서 성패를 좌우할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자율주행을 비롯한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 인포테인먼트, 하드웨어 등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어하는 기술이다.
올해 테슬라, GM이 국내에 고도화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상용화하는 등 SDV 분야에서 앞서는 경쟁사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정 회장으로서는 직접 기술을 확인할 필요성이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최근 수년간 그룹내 SDV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기술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올해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는 SDV를 중점으로 한 기술 인재를 대거 등용하면서 미래차 기술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 회장은 아직까지 송 전 사장의 후임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뒤처진 시간을 만회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입증해야하는 막중한 자리인 만큼 다음 주자를 두고 고민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송 전 사장에게 맡긴 SDV 임무가 사실상 실패로 마무리된 만큼, 정 회장이 SDV 조직을 대거 재정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송 전 사장 역시 지난 4일 포티투닷 임직원들에게 사임을 알리면서 하드웨어 중심의 현대차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포티투닷 간 화학적 결합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에 시간과 비용을 쏟는 대신 샤오펑, 화웨이 등 중국 주요 기술 업체들과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는 "SDV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단계를 거쳐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기술 개발이 어느 수준까지 와있는지 검증하고, 양산차 탑재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야할 것"이라며 "이미 상용화 시점이 타 업체 대비 늦은 시점에서 지금 바로 잡지 못하면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정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