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정교유착' 정면돌파 거듭 강조…국정동력 확보에 사활
입력 2025.12.25 06:00
수정 2025.12.25 06:00
통일교 게이트 '정면 승부' 택한 대통령실
이규연 수석 "거침없이 정리하자는 생각"
6·3 지방선거 부담에도 특검 가동 불사
의혹 조기 차단해 불확실성 최소화에 방점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열린 희귀질환 환우·가족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야권이 요구하는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특검에 대해 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 특검에 여권 전반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는 사뭇 다른 기류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내부에서는 '굳이 판을 키울 필요가 있느냐'는 신중론이 적지 않지만 대통령실은 정면 대응을 통해 의혹을 조기에 정리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특검을 회피할 경우 의혹을 덮으려 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24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뒤 통일교 정치권 후원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정교유착 문제에 대해 이번에 거침없이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대통령께서 지위 고하와 여야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얘기하셨다"며 "모 방송사에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됐고, 바로 그 다음날 아침 이 대통령이 직접 말씀하셨다. 경찰이 빨리,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바로 (지시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을 계기로 해서 정교유착이 조금 끊어지거나 금이 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종교의 정치 개입) 의혹이 지금까지 많이 제기돼 왔는데, 명명백백히 드러나 정당한 처벌도 받고 진상도 규명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종교단체 해산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에도 "맞다. 정교분리는 헌법에 규정돼 있다"며 "그래서 단순히 법률이나 형법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으로 다뤄질 굉장히 위중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 ⓒ연합뉴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 이는 헌법위반 행위"라며 "일본에서는 (유사한 사례에 대해)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했다는데, 이에 대해서 검토해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일주일 뒤인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도 조원철 법제처장을 향해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단체의 해산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검토해봤느냐"고 물은 뒤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고 하는 등 이번 사안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거듭 드러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권 인사들의 통일교 연루 의혹으로 특검 수용을 압박받던 처지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국민의힘이 제시한 특검 방안을 수사 지연 전략으로 규정하며 맞불 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수세에 몰렸던 국면을 공방 구도로 전환해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 특검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자행된 국민의힘의 '쪼개기 정치후원금 수수 의혹'과 '민원 청탁 의혹'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통일교 특검법 패스트트랙을 운운하고 있다. 최장 330일까지 법안 처리를 지연시킬 수 있는 꼼수 전략일 수 있다. 더는 무의미한 잔꾀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공동 발의한 통일교 특검법에서 특검 후보자 추천을 법원행정처가 하도록 규정한 것을 거론, "국민의힘이 특검할 마음이 있기는 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 특검법 수용 입장을 밝히고도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 특검 도입을 무산시키려 한다고 주장하면서 '제3자 추천 방식' 수용을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말로만 '특검 즉각 추진'이라 외치고 아직 법을 제출하지 않은 채 우리 당이 제안한 제3자 특검 추천 방식을 비난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는데, 추천권 논쟁으로 특검을 지연시키려는 꼼수 아니냐"라며 "통일교 특검은 최대한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그간 외면해 온 통일교 특검을 돌연 수용하겠다고 나섰지만, 연이어 내놓는 무리한 조건을 보면 진실 규명 의지가 있는지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더는 정략적인 조건을 달아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성역 없는 특검 도입에 즉각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대통령실이 통일교 의혹 등 정교유착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에 나서는 모습을 두고 일각에서는 내년을 앞둔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국정 운영 전반이 방어 국면으로 끌려갈 수 있는 만큼 특검을 포함한 강경한 대응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정교유착 문제는 도덕성과 국정 정당성으로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정권 초반에 매듭을 짓고 개혁·민생 과제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