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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안 없는 정부에 금융권만 줄줄이 ‘눈치개편’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5.12.25 07:36
수정 2025.12.25 07:36

금융권, 생산적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위해 잇따라 조직 신설

“정책 목표 이해하지만, 세부안 없이 방향만”

“정부 차원의 제도적 기반 먼저 구축돼야”

정부가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금융권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면서 금융권이 잇따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정부가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금융권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면서 금융권이 잇따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정책 기조에 맞추기 위한 ‘눈치 보기식’ 조직개편이라는 회의론마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생산적 금융 확대와 소비자 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한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하나금융은 시너지부문 산하의 기업투자금융(CIB)본부를 확대해 ‘투자·생산적금융부문’을 신설하고, 생산적 금융을 그룹 전략의 최우선에 올려놨다. 투자·생산적금융부문 직속의 ‘생산적금융지원팀’도 신설했다.


신한은행 역시 ‘생산·포용금융부’를 신설하며 정부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췄다.


두 은행 모두 소비자보호 조직을 확대하고 AI·디지털 혁신 기능을 전면에 배치하는 등 정책 트렌드를 반영한 구조 재편에 속도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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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라는 큰 방향만 던지고 여기에 맞추라는 식이니 은행들도 이번 개편이 정책 수용을 위한 형식적 정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실적인 한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면 자연히 기업금융을 늘려야 하는데 금리 전가 금지·위험가중치 인상·지배구조 규제 등은 기업금융 확대 여력까지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이 지향하는 첨단산업·미래 성장 분야 대출은 위험도 대비 수익성이 높지 않아 민간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현실”이라며 “정부가 생산적 금융 드라이브를 걸 때마다 금융사는 앞다퉈 조직 이름부터 바꾸지만, 결국 실제 집행은 위험 부담 때문에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진 의지는 있지만 사업성·규제 리스크가 얽혀 있어 말처럼 쉬운 구조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결국 은행들은 리스크가 크지만 수익은 낮아지는 구조에서 2026년까지 성장률 절반 수준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유지해야 하는 복합 과제를 떠안게 됐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책 목표는 이해하지만 시장 논리 대신 행정적 수치 맞추기에만 집중돼 있다”며 “기업·가계·은행 모두에게 부담만 커지는 정책 역풍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 당국이 강조하는 포용금융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금리 인하, 채무조정, 서민금융 확대 등은 사회적 필요성이 크지만, 정책금융과 서민금융의 한계를 은행권에만 떠넘기는 구조가 되면서 결국 금융사들은 리스크 부담을 안은 채 정책적 역할 이상의 영업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포용금융의 목표 자체는 중요하지만, 실질적 자금 공급이 이뤄지기 위해선 위험 분담 구조 개선이나 담보·보증 시스템 개편 등 정부 차원의 제도적 기반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금융사들이 정책 기조 ‘눈치보기’식으로 조직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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