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쿠팡, ‘정무 라인’ 대신 법률통 전면에…로저스 대표로 리스크 관리 승부수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5.12.12 07:00
수정 2025.12.12 07:00

박대준 대표 사임…김범석 측근 로저스 등판

고강도 압박 속 미국 본사 직접 리스크 관리 구도

집단소송·청문회 대응 겨냥한 법리 중심 재편

해럴드 로저스(Harold Rogers) 신임 쿠팡 대표. ⓒ쿠팡

3370만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지 불과 2주 만에 쿠팡이 최고경영자를 교체했다.


박대준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모회사 쿠팡Inc.의 해럴드 로저스(Harold Rogers)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이 신임 대표로 선임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법률 대응’에 무게를 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범석 의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로저스 대표의 전면 배치가 사태 수습에 실효성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로저스 임시대표는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의장의 하버드대 동문이자 그룹 내 ‘2인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특별구 연방항소법원 재판연구원, 현지 대형 로펌 시들리 오스틴의 파트너 변호사, 글로벌 통신사 밀리콤의 최고윤리준법책임자를 거쳐 2020년 1월 쿠팡에 합류했다.


로저스 임시대표의 임명은 쿠팡 본사가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쿠팡을 향해 정부와 국회의 전방위적 압박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본사가 직접 수습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쿠팡 사태가 심각한 수준을 넘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 경찰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대한 고강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해롤드 로저스 신임 대표는 내부 공지문을 통해 "지금 우리의 우선순위는 명확하다"며 "이번 사태를 철저히 대응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보안을 강화하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직을 안정시키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모든 팀을 지원하는 데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쿠팡의 이번 인사가 사태 해결에 실효적일지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쿠팡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국내외에서 쿠팡을 상대로 한 소송 움직임은 본격화했다.


국내에서는 시민단체와 주요 로펌을 중심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집단 제기 방식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고, 일부는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미국에서도 주가 하락에 따른 피해를 이유로 본사를 상대로 한 주주 소송 준비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21년 쿠팡 상장 당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준에 맞춰 글로벌 수준의 준법 경영,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로저스 대표가 향후 쿠팡을 상대로 제기될 각종 소송 대응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오는 17일로 예정된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김 의장의 국회 출석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로저스 신임 대표는 김 의장을 대신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특히 로저스 대표의 직접 등판은 유명무실해진 ‘호화 대관팀’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쿠팡은 그동안 대통령실, 경찰 출신 전관을 대거 영입하며 막강한 ‘대관 라인’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이들은 사후 수습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정무적 해결’이 불가능해지자 법적 대응 모드로 전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한국인인 박 대표가 물러나고 그 자리에 미국인이 선임되면서 정부 및 국회와의 소통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을 지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인인 로저스 대표가 한국의 시스템과 정서를 알기 어렵다는 점이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대준 대표가 과방위 현안질의에서 '한국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책임지고 수습해야 될 대표자는 나다'라는 말했는데, 수습이 되기도 전에 결국 잘렸다. 그럼 이런 인사 과정에는 김범석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인데 이미 이것부터 말이 어긋나고 있다"며 "괘씸죄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것은 완전 전략 미스라고 생각한다"며 "김범석 측근으로 막아보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그럴수록 그럼 왜 김범석은 안 나오냐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