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인하하면 환율 떨어진다?…"장담 못 해" 이유 보니
입력 2025.12.09 15:34
수정 2025.12.10 05:11
한미금리차 축소는 원화 강세 요인이지만
미 경기 부양과 증시 강세로 이어질 경우
서학개미 해외 주식 매수 더 자극할 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되찾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는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해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현지시간으로 9~10일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보다 0.25%포인트(p) 낮출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예상대로 금리가 인하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50~3.75% 수준으로 조정되고, 현재 1.50%p인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1.25%p로 좁혀지게 된다.
이론적으로 한·미 금리차 축소는 원화 강세 요인이다.
미국 금리가 낮아지면 달러 자산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감소해 글로벌 자금이 달러에서 이탈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실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6원 내린 1469.2원에서 출발해 1472.3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시장은 최근 환율 오름세의 원인이 한·미금리차가 아니라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연준의 금리 인하가 환율 안정으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의 원화 약세가 단순히 금리 차이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달러 실수요에 기반한 수급 불균형 탓이라면 이번 연준의 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과가 어떻든 최근의 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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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이 같은 시각에 힘을 실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환율 상승세에 대해 "한·미금리차 때문이 아니고, 단지 해외 주식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른바 '서학개미'라고 불리는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환율 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향후 환율 향방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약달러 압력을 높여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원화 가치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정반대의 우려도 나온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미국 경기 부양과 증시 강세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 국내 자본이 미국으로 더 빠르게 빠져나가고, 이는 달러 수요 폭증으로 이어져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 미 연준의 FOMC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다소 매파적인 시각이 예상된다"며 "원화 약세가 심리적인 불안감 때문이라면, 이처럼 예상된 결과가 나왔을 때 원화 가치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러나 원화 약세의 본질이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면 FOMC 결과가 어떻든 최근의 약세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전문가는 "미국 주식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미 달러 선호를 더 강하게 만드는 기제"라며 "여기에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까지 맞물린다면 원화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