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5극 3특', AI 데이터센터 '전력 직거래'가 균형발전 묘수 될까
입력 2025.12.09 14:40
수정 2025.12.09 14:46
국회, 데이터센터 전력 직거래 도입 논의
전문가들, 전력망 포화 해소 및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 효과 기대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AI 제정법’ 관련 공청회’에서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황정아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국회방송 캡처
“한국이 가진 AI 국가로서의 비전과 잠재력에 비해 현재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 구축 규모는 너무 작다. 한국의 결정적 약점은 에너지다.”
최근 한국을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발언은 한국 AI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를 단적으로 짚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분석은 국내 전문가들의 견해와도 맥을 같이 한다. 국내 학계와 연구계 전문가들은 AI 경쟁력의 선결 조건이 ‘에너지 자율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AI 제정법’ 관련 공청회’에서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인공지능의 핵심 인프라인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기에너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빠른 시간 내 안정적(무정전), 경제적, 친환경(저탄소) 전력공급 여부가 결정적”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국은 정부 주도의 무제한 전력공급 여건을, 미국은 전력망 현대화와 민간 중심 대규모 설비투자로 대응 중”이라며 “미국, 일본, EU(유럽연합) 등은 전력구매 방식이 자가 발전소 건설, 인근 발전사업자, 전력회사, 전력시장(전력거래소) 등으로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수도권의 공급과잉 지역에서 송·배전망 증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AI 데이터센터와 인근 발전기 간 직접 전력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며 “AI 데이터센터는 속도가 생명이므로 간이 신속한 전력계통 영향평가와 인근 발전기와의 직접거래 등 특례가 조속히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성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CT전략연구소 소장은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이 10~12%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AI 산업 활용(AX)을 통한 경제효과도 기대되는 만큼, 데이터센터 구축의 경제산업적 필요성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전력규제 명확화, 전력구매계약(PPA) 제도의 완화, 기능별 제도 개선을 통해 사업자의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들이 인근 발전소와 전력을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순구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AI 산업에서 승자들이 늘어나려면 저비용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송전망 확충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특구 내 기업들이 인근 발전소와 전력을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데이터센터와 지역 발전소 간 직접전력거래는 미국, 유럽, 일본 등 AI를 잘하려는 나라들에서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전력문제 해소법”이라고 덧붙였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도 “AI 구동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에너지 인프라 확충을 국가적 우선순위로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AI 제정법’ 관련 공청회’에서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이 이주희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국회방송 캡처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직접전력거래 허용 필요성이 다뤄졌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수도권 AIDC 설립 시 인근 발전소와 직접 전력 거래 허용이 지방 투자 유인을 강화하는지” 묻자 박종배 교수는 “지방 투자 유인이 강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황 의원이 “분산 에너지법상 직접 거래 허용 범위(신재생 40MW 이하, 집단에너지 500MW 이하)가 GW급 AIDC 수요에 충분한가” 질의하자 박 교수는 “부족하다. AI 특구 지정 및 전력 거래 완화를 통해 안정성, 친환경성, 비용 효율성을 갖춘 경쟁력 있는 발전기와의 직거래 허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이 “전력 시장과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지역 생산 전기를 직거래해 전기 요금이 인하될 경우, 기업체에 지방 유치 유인이 될 수 있는지” 묻자 유남선 데이터센터 협의체 분과장은 “데이터 센터 운영 시 임차료 외에도 전력 요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충분히 유효한 유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직거래를 통한 전기 요금 절감이 가능할 경우, 운영사들이 최종 이용자를 유치하는 데도 확실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직접전력거래 허용이 지방 균형 발전을 이끄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AI 산업 육성법 후속 시행령과 전력거래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접전력거래(PPA) 특례 도입이 현실화되면, 수도권 전력망 부담 완화와 지방 AI 인프라 활성화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5극 3특’, 수도권을 포함한 5대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제주·강원·전북 등 3대 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 다극 체제를 만들어 성장 동력을 확보하자는 지방 균형발전을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