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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곱사등이’ 젤렌스키…“밖에선 평화안 압박, 안에선 부패스캔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11.24 17:34
수정 2025.11.24 20:10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9일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에 빠진 형국이다. 미국이 28개항의 평화 구상안을 제시하면서 27일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하라는 최후 통첩을 받은 데다 그의 최측근 인사가 연루된 대형 부패스캔들로 국내 정치 기반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해 ‘안팎곱사등이’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 구상안 수용 압박이 거세지면서 미국의 계속적인 지원과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 포기 중에 선택을 강요받고 있으며, 최측근 인사가 연루된 대형 부패 스캔들로 국내 정치적 기반마저 크게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평화 구상안은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우크라이나군 병력 규모를 88만 명에서 60만명으로 축소하며 ▲헌법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포기를 명시하고 ▲러시아 영토까지 도달 가능한 장거리 무기 보유도 금지하는 등 사실상 러시아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조항들이 담겨 있다.


NYT는 “평화 구상안 28개 조항 중 상당수는 마치 러시아 크렘린궁이 작성한 것처럼 보인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극단적 요구를 거의 모두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은 21일 성명에서 “평화 구상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세계에서 가장 노골적인 전쟁 범죄자 중 한 명에게 영토를 내주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러시아 성향인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특사와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경제특사가 이 평화 구상안을 공동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러시아어로 작성된 초안이 영어로 번역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평화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및 정보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유럽 동맹국들은 즉각 공동 대응에 나섰다. 유럽연합(EU)과 영국·캐나다·일본 등 11개국 지도자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해당 평화안에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이런 판국에 우크라이나 정부 내 고위 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부패 사건이 불거지면서 정치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언 시절 동업자인 티무르 민디치 등이 정부 발주 사업비 약 1억 달러(약 1476억원)를 리베이트로 챙긴 대형 비리 사건으로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 그가 직접 연루된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전·현직 에너지 장관이 수사선상에 오르고 민디치가 지난 10일 압수수색 직전 외국으로 도주하면서 비호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디치에게 수사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반부패특별검사실(SAPO) 부실장이 사임하는 등 수사기관 내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사 당국은 정·재계 핵심 인사들이 이들의 뒷배를 봐주거나 범행을 묵인한 것으로 보고 전 에너지부 장관이었던 헤르만 갈루셴코 법무장관도 입건했다. 당국은 갈루셴코 장관이 4년간 에너지부 장관을 지내면서 에너지 부문의 자금 흐름을 통제하는 대가로 민디치에게 ‘개인적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분노를 일으킨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내에서 정치적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며 이 같은 약점으로 인해 그가 트럼프 행정부에 굴복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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