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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약 '코인 ETF', 야당이 먼저 말해야겠나 [기자수첩-ICT]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입력 2025.11.25 07:00
수정 2025.11.25 07:00

李, 대선서 비트코인 현물 ETF 국내 승인 공약

법인 투자 환경 등 개선해야 시장 따라갈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후보가 2021년 11월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때 약속했던 국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승인이 어느새 잊힌 공약이 되어가고 있다. 대통령 공약 사안을 오히려 야당이 당국에 허용을 촉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도 아직 깜깜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을 떠들썩하게 발표하며 하반기 상장사 투자를 시범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업비트, 빗썸 등 주요 거래소들도 법인 전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준비했다. 그런데 정부 가이드라인은 해가 다 가도록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미리 투자 제반사항을 준비하던 기업들과 거래소들만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한국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주목받는 국가다. 미국이 가상자산을 포용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때 가격 변동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던 한국 시장은, 최근에도 여전히 높은 거래 회전율을 보이며 '코인 강국'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는 시장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는 단순히 거래소 매출을 늘리는 차원이 아니다. 유동성 공급과 투명성 강화를 통해 시장 안정성을 높이고, 블록체인 산업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원화 스테이블코인 안착 등 글로벌 논의를 따라가기 위한 '최소한의 선결과제'다.


한국이 어물거리는 사이에 다른 나라들은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상자산 정책 구체화를 위한 행정명령을 연이어 발동하며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국도 국익 최우선으로 규율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는 '법인 중심'으로 가상자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일반 법인의 거래를 제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 미국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같은 해외 거래소들은 이미 기관용 상품과 법인 전용 서비스로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 사이 국내 거래소들은 준비를 마치고도 출발선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식 및 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회는 지난 6일 금융당국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허용을 촉구했다.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경우 이번 정기국회 내 개정을 추진하겠다고까지 했다.


대통령의 공약 이행은 보통 여당이 야당을 설득해 의견을 모으고, 정부가 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순서가 뒤집혀 야당이 먼저 나서서 대통령이 약속한 정책 이행을 촉구하는 경우는 단 한 가지, 정부의 공약 이행 의지가 없어 보일 때 뿐이다.


가상자산 관련 공약이 젊은 표심을 겨냥한 매표용 립서비스였다는 비판이 나올 상황이다. 이런 소릴 듣지 않으려면 정부는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비롯한 관련 가이드라인을 하루 빨리 제시해야 한다.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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