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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보존이냐, 개발이냐”…세운4구역 갈등 해법 ‘갑갑’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5.11.18 07:00
수정 2025.11.18 07:00

세운4구역 건물 높이 최고 145m에 국가유산청 반발

녹지축 조성 위한 인센티브지만…“종묘 경관 해친다”

유네스코도 ‘세계유산영향평가’ 권고, 사업 표류하나

서울시 종로구 종묘 전경.ⓒ뉴시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사업을 두고 문화유산 보존과 지역 개발이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서울시가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건물 높이를 완화하자 국가유산청이 종묘 경관을 훼손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간 갈등으로 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도심 경관과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루면서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시보에 고시했다.


이번 고시에는 개방형 녹지를 추가로 확보하는 만큼 세운4구역 건물 최고 높이를 기존 70m에서 145m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는 이 같은 개발 방향이 낙후된 세운상가 일대 환경을 개선하고 남산에서 종묘까지 녹지축을 새로 조성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종묘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훼손될 수 있고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에도 악영향이 갈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에서도 고층 건물 개발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반드시 받도록 권고했다는 것이 국가유산청의 설명이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로부터 지난 3월 HIA를 실시하라는 권고사항을 전달받았고 이를 세 차례에 걸쳐 서울시에 전달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유네스코는 HIA를 반드시 받도록 권고했다”며 “센터와 자문 기구의 긍정적인 검토가 끝날 때까지 (서울시의 세운4구역 관련) 사업승인을 중지할 것”을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세운 4구역.ⓒ연합뉴스

이에 같은 날 서울시는 그동안 HIA 시행 등에 필요한 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은 것은 국가유산청이라고 반박했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국가유산청은 HIA 시행의 법적 전제가 되는 세계유산지구 지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세운4구역 재개발이 쟁점화된 이후에야 뒤늦게 지정했다”며 “종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후 30년이 지났음에도 ‘완충구역’조차 확정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밀한 시뮬레이션과 종묘와 조화되는 건축 디자인 도입을 통해 경관 훼손이 없음을 이미 검증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세운4구역이 종묘로부터 180m 떨어진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100m) 밖에 있기 때문에 보존지역 밖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개정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이후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지구 지정을 추진했다. 세계유산법에 근거해 HIA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양측의 갈등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면서 전문가들은 도시와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종묘와 세운4구역 개발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건물 최고 높이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며 “건축물의 높이를 낮출 수는 있지만 그만큼 녹지 축을 조성하기 위한 공공성을 포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적인 문화유산이 어디에 위치해 있냐에 따라 해법은 다를 수 있다”며 “도심 외곽에 위치한 곳은 건물 높이를 낮출 수 있지만 토지를 고밀로 이용해야 하는 도심에 대한 해법은 달리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도 “145m라는 높이가 높긴 하지만 높이보다는 건축디자인으로 풀 수 있는 영역도 크기 때문에 종묘와 어울리는 건축물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종묘 경관도 북측 정전을 향하는 곳이 훼손되면 안되겠지만 남측은 이미 건물이 보이기 때문에 높이와 디자인을 관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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