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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포기 일파만파] ① "대통령실 가는 길 끊겼다"…노만석 사의, 李 '외압설' 분수령되나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1.14 06:00
수정 2025.11.14 06:05

노만석 사의에 '꼬리자르기' 의심 고조

야권 일부, 퇴임식에서 '윗선 폭로' 기대

민주당 "절박한 검찰의 정치적 항명"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의 표명으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야권에선 '윗선 개입'으로 지목된 대통령실과 법무부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고 지적하지만, 일부 기대감도 공존하고 있다. 그동안 '외압설'을 추정할만한 근거가 노 대행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선을 긋고 있고, 야권은 '내부 고발'을 촉구하는 등 정권 초반 최대 격돌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노만석 "저쪽에선 지우라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 대행은 사의를 표명한 전날 늦은 오후 기자들과 만나 "전 정권이 기소해 놓았던 게 전부 다 현 정권에서 문제가 돼버리고, 현 검찰청에서는 저쪽 요구 사항을 받아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저쪽에서 지우려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과 검찰 내부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노 대행이 현 정부와 이견이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특히 "수시로 많이 부대껴왔다. 조율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고 언급한 것과 "저쪽에서 지우려고 한다"는 발언이 사실상 '외압설'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증폭시켰다.


당초 여당은 이번 사태가 '검찰 해체'를 앞두고 검사들의 마지막 조직적 반발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등 굵직한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에는 반발하지 않았다가, 이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사건만 문제를 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윗선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대장동 수사팀은 항소 포기 이유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의 부당한 지시였다고 주장했다. 이후 의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넘어 대통령실까지 확대됐다. '항소 포기'를 두고 노 대행은 "법무부 의견 참고"를, 정 장관은 "신중하게 알아서 판단하라"고 언급하면서, 정치권에선 외압인지 의견 제시인지 입장이 엇갈렸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가 단순히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친명(친이재명) 좌장으로 평가된다. 정 장관은 "대통령을 고려했다면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었다"며 연결고리를 차단했지만, 야권에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노만석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실익 없다고 선 긋지만…野, 최대 수혜 李 지목


특히 이 대통령의 대장동 재판 변호인 출신이 법무부와 대통령실에 포진한 것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현재 조상호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이태형 변호사는 대통령실 민정비서관에 근무 중이다. 법무부와 대통령실은 소통하지 않았다고 일축하지만, 두 변호사가 소통과 보고를 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야당에서 제기됐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조 보좌관과 이 비서관은 떼려야 뗄 수 없다"며 "대장동 변호사로서 수년간 함께 이 대통령 변론했고, 얼마 전까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과 행정으로 함께 근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만장일치 항소 제기 의견을 꺾는데 4일이 걸렸는데, 조 보좌관이 그사이 대통령실에 아무 보고도 하지 않았겠느냐"며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를 사후 보고 받았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인 만큼, 대통령실은 보고 시점과 경로, 내용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얻을 실익이 없다"며 '외압설'에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이번 대장동 사건을 중심으로 제기된 여러 의혹은 결국 이 대통령 재판으로 연결되고 있다.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관여 했는지 논쟁은 차지하더라도,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로 수혜를 받는 사람으로 이 대통령을 지목한다. 이 대통령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이번 민간업자들의 1심 재판 결과 뇌물 혐의 등이 사실상 무죄가 확정되면서 이 대통령에게 적용된 특경법상 배임 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여당의 '배임죄' 폐지 추진은 이 대통령의 '면소'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기업계가 문제를 삼은 것에 따른 조치이며, 배임죄 폐지에도 '대체 입법'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향후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통해 대체 입법으로 처벌을 요구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배임죄 폐지에 따른 보완 내용과 범위, 일정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인 탓에 야권에선 "정권이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를 지우기 위해 국가 시스템 전체를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만석 14일 퇴임식 예고…국힘, 폭로 기대감 고조


노 대행 사의 표명으로 이번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 대행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정부·여당은 "비겁하다"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노 대행이 사의를 표명할 정도로 의지가 있었다면 정 장관에게 서면으로 '수사 지휘'를 요구해야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 장관은 노 대행이 '신중한 판단' 입장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실행에 옮겼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검찰에 과거부터 오래된 관행이 있다"며 "대부분 장관이나 위에서 신중히 판단하라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본인들이 추단을 해서 판단을 한 것 같은데, 저는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검찰 자체 판단을 존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노 대행 사의가 이 대통령과 정 장관으로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고 지적한다.


송원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용산 대통령실의 개입 흔적까지 노 대행이 직접 입으로 언급했다"며 "대장동 일당에게 면죄부를 주고자 검찰의 항소 포기를 종용한 이 정권의 외압이야말로 명백한 권력형 사법 개입이자 국기문란 범죄"라고 직격했다.


일부에선 그동안 '외압설'을 의심할 만한 근거는 모두 노 대행이 언급한 탓에 14일 예정된 퇴임식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노 대행이 이번 사태에 대한 자세한 입장을 퇴임식에서 밝히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노 대행이 퇴임식에서 어떤 말을 할지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며 "뒤늦게 검찰로서 부끄러움을 느껴서 상상도 하지 못할 내용을 제보할 수도 있지만, 문제를 덮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대통령실이 엮인 외압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직·간접적인 압박이 없었다면 정 장관이 혼자 알아서 했다는 것인데, 그런 것 치곤 정치 사건에 대해 '항소 포기'는 이례적인 일이라 단독으로 했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대통령실과의 소통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채상병 사건과 비슷" vs "외압 주장하며 사건 키워"


이번 사태가 '채상병 수사외압 사건'과 성격이 비슷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윗선의 의지가 반영돼 정상적인 절차가 훼손됐다는 점에서 외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 정부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였던 채상병 사건과 마찬가지로 정권 차원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성열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윗선의 의지로 절차를 무마시키려는 행위는 채상병 사건과 비슷하고 외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조직적으로 개입됐다는 점에서 '게이트급'이라고 할 수 있고, 직접적 이해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윤 전 대통령과 달리 이 대통령은 항소 포기와 면소로 최대 이득을 보는 만큼 '격노'라는 고리가 없어도 외압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폐지를 앞두고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 일을 키운 만큼 '정치적 항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즉, 이 사태의 책임은 검찰에 있다는 주장이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사건의 본질은 거의 절벽에 몰린 국민의힘과 검찰이 결탁한 것이고, 외압 프레임을 주장하면서 사건을 키운 것"이라면서 "검찰 판단에 따라 항소 하든지 말든지 해도 될 사안이기 때문에 민주당에서도 항소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입장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검찰 입장에선 항소 하든지 포기를 하든지 선택권의 자유가 있었다"며 "그런데 항소 포기 결정을 했으면서 여기에 검사들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정치적인 항명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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