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떠난 돈, 증시로 몰리는데…코스피 급락 우려 '솔솔' [금융규제 역설]
입력 2025.11.04 07:08
수정 2025.11.04 09:03
코스피, 개인 매수세에 4200 돌파
개미, 해외 비중 줄이고 국장 복귀하나
PBR·이격도 측면서 과열 신호 포착
"급등한 만큼 더 하락할 수도"
부동산 대책 여파 등으로 유동성이 증시로 향하는 가운데 코스피 고점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부동산 대책 여파 등으로 유동성이 증시로 향하는 가운데 코스피 고점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긴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이격도 측면 등에서 과열 신호가 포착되고 있는 만큼, 여유자금을 넘어서는 추종매수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4.37포인트(2.78%) 오른 4221.87에 장을 마쳤다. 국장을 외면해왔던 개미들이 6409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을 외치던 개인 투자자들의 국장 복귀 흐름은 최근 들어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로 개미들은 지난달 첫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국내 증시에서 약 7.4조원어치를 팔아치웠다가 마지막 주(27~31일)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눈에 띄는 대목은 개미들의 해외주식 순매수 대금 추이다. 미국 등 해외증시 비중을 꾸준히 늘려 온 개미들이지만, 지난달 마지막 주에는 해외주식 순매수 대금이 전주 대비 약 65% 줄었다. 특히 개인 자금 약 6400억원이 국내 증시로 재유입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평가되는 투자자 예탁금도 지난달 29일 사상 최고치(약 85.9조)를 기록한 이후 85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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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14.37포인트(2.78%) 오른 4221.87에 마감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종가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부동산 규제로 길을 잃은 개미들이 국장 투자에 적극성을 띨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PBR 측면에서 밸류에이션 수준이 지난 코스피 랠리 기간이었던 2021년을 넘어선 만큼, 상승 모멘텀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행 및 확정실적 기준 PBR 모두 2021년 고점 수준을 넘어섰다"며 "추가 상승 여력은 존재하나 4100선 이상은 오버슈팅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례로 12개월 선행 PBR의 2021년 고점(1.23배)을 현재 주당순자산가치(BPS)에 대입하면, 코스피 지수는 4042포인트로 산출된다. PBR 측면에서 이미 밸류에이션 부담 영역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확정실적에 기반해 밸류에이션 부담 수준을 따지면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2021년 관련 PBR 고점이 1.31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BPS 반영 시 코스피는 3928포인트로 파악된다.
주가와 이동평균선 사이의 괴리율을 뜻하는 이격도 역시 증시 과열 상황을 우려케 한다.
이 연구원은 "120일, 200일 이격도 모두 과열권을 넘어 2021년 고점을 상회하고 있다"며 "현재 레벨에서 중단기 조정을 거친 이후 상승 여력을 확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을 저달러·저유가·저금리가 맞물린 80년대 중반 '3저 호황'에 비유하면서도 "3저 호황 당시에도 -10% 내외의 단기 조정은 1년에 2번꼴로 나왔다. 급등한 만큼 더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정 국면을 피하기 어렵다면 업황, 실적 등이 뒷받침되는 업종에 대한 관심을 더 높여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하드웨어 업종은 수출 호조, 실적 개선에 이어 수급 환경까지 양호하다"며 "과열 부담이 시장을 흔들더라도 주가가 가장 안정적일 업종은 IT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