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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교수 "한국 석유화학, 국가 차원 대형 R&D 프로젝트 추진해야" [2025 산업비전포럼-사례발표1]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09.24 11:11
수정 2025.09.24 11:14

중국 공급과잉·기후 위기 등 구조적 난관 직면

석유화학 업의 본질 재정의하고 국가 차원 대형 프로젝트 추진 필요

산업 지원-환경 규제 연동 및 대형 R&D 사업 추진 제언

김용진 단국대학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K-제조업 붕괴론과 산업 코리아의 생존전략' 주제로 열린 '데일리안 2025 글로벌 경제산업 비전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공급과잉과 기후위기 등 구조적 난관에 직면한 만큼 업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국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용진 단국대학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교수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K-제조업 붕괴론과 산업 코리아의 생존전략' 주제로 열린 '데일리안 2025 글로벌 경제산업 비전 포럼'에서 "석유화학 산업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며 "이제는 산업과 환경을 경쟁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협력과 연계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석유화학은 원유에서 정제된 나프타를 원료로 기초제품과 산업 소재를 생산해왔으며 '산업의 쌀'로 불리는 기초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생산의 5.6%,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었다.


하지만 중국발 공급과잉과 정유사의 석유화학 진출 가속화, 미국 가스 기반 증산 등으로 인해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제는 중국이 주요 석유화학 제품 대부분의 자급률을 달성하고 수출국으로 전환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며 "정유사의 석유화학산업 진입으로 인해 범용 석유화학제품의 글로벌 신규공급이 크게 증가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기적인 위기 요인인 기후변화 대응도 문제다. 한국은 세계 6위권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석유화학산업은 석유 정제 과정과 제품 폐기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산업 고도화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재편을 지원하고 고부가·친환경 소재에 집중할 것을 밝혔다. 올해 6월 발의된 '석유화학특별법'은 사업재편 기업에 대한 세제, 재정, 전기요금 감면, 규제 특례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또한, 8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가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을 맺고 270만~370만t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에 합의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책임 있는 자구 노력을 최우선으로 지원하며 "책임 있는 자구 노력 없이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려 하거나, 다른 기업들 설비 감축의 혜택만을 누리려는 무임승차 기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현 상황을 '진짜 위기'로 진단하며 대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위기 극복을 위해 석유화학산업의 업의 본질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거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에 초점을 맞췄던 '산업의 쌀'에서 벗어나, 바이오자원이나 재활용 원료 등을 활용해 저탄소·순환경제로 전환을 선도하는 '산업의 비타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두 가지 핵심 정책 제언을 제시했다.


우선, 산업 지원과 환경 규제의 연동이다. 김 교수는 "현재 산업정책은 지원 중심, 환경정책은 규제 중심으로 병렬 운영 중"이라며 "동일한 기업에게 한쪽에서는 인허가·세제 특례를 지원 하고 다른 쪽에서는 규제를 부과한다"고 정책 충돌 문제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독일 플라스틱 화합물 기업 '그라페(GRAFE)' 사례를 소개하며 산업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보통 플라스틱 공장은 냄새나 위험 때문에 사람들이 기피하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라페 공장은 병원과 학교, 아파트가 있는 생활 인프라 옆에 있어도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며 "담당자에게 이유를 묻자 '좋은 인재가 와야 기업이 성장한다. 그러려면 신뢰가 필요하고 신뢰는 깨끗한 환경에서 나온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례는 산업과 환경의 접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산업 지원을 환경성과와 연계하는 조건부 구조로 변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석유화학산업에 맞춘 국가 대형 R&D 사업 추진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현재 석유화학 분야의 정부 R&D 투자 규모는 반도체, 자동차 등 타 주력 산업에 비해 현저히 낮고 대형 사업이 없다고 했다.


새롭게 바뀐 업의 본질을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가 약 1조원 규모의 '고부가·친환경 화학소재 기술개발 사업'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석유화학산업의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과 친환경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산업의 본질을 완전히 바꾸는 상황에서 석유화학 관련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큰 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며 "연구자들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정부, 언론, 산업계 모두가 작은 R&D 과제뿐 아니라 국가적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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