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귀한데”…EU ‘국제 거래’ 제한 추진 [위기의 뱀장어①]
입력 2025.08.06 06:00
수정 2025.08.11 17:06
아시아 여름 대표 보양식 ‘민물장어’
앞으로 국제 거래 제한 가능성
치어 80% 수입산…양식 업계 직격탄
정부, 국제 공조로 ‘거래 제한’ 반대
뱀장어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대표 보양식인 민물장어(뱀장어)가 앞으로 더 귀해질 가능성이 크다. 양식 기술의 한계로 치어(실뱀장어)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앞으로는 국제간 거래를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민물장어(뱀장어)를 국제 거래 규제 대상인 멸종위기종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5일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원장 최용석, 이하 수과원) 등에 따르면 EU는 지난 6월 뱀장어 전체 종에 대해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부속서 Ⅱ에 등재할 것을 제안했다. 이르면 오는 11월 열리는 CITES 제20차 당사국총회(Cop20)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뱀장어는 국내 내수면 양식업 대표 수산물이다. 지난해 기준 뱀장어 양식 생산액은 5140억원으로 전체 내수면 어업의 약 74%를 차지한다.
뱀장어는 민물에서 서식하다가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내려가는 대표적인 강하성 어류다. 현재 치어인 실뱀장어를 성어인 뱀장어로 키우는 기술은 보편화돼 있다.
문제는 실뱀장어 부화 기술이다. 2016년 수과원이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인공 수정을 통한 실뱀장어 부화에 성공했으나, 아직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실뱀장어 연구 역사가 70년에 이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인공부화가 어렵다 보니 현재 양식 뱀장어 치어(실뱀장어)는 자연 포획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자연 포획량이 한정적이다 보니 80% 이상을 중국과 대만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만약 EU 제안대로 뱀장어를 CITES에 등록하면 국내 양식업계는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수입 자체가 제한적이다 보니 비용은 늘고 절차는 복잡해진다. 수입량이 줄면서 시장 수요를 맞추는 것은 더욱 어려워 진다.
한·중·일·대만 협의회 꾸려 국제대응 강화
일단 정부는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CITES 등재 대응에 나섰다. 해수부는 지난 6월 5일 ▲실뱀장어 자원 회복 ▲뱀장어 수급 조절, ▲CITES 등 국제 논의 대응 ▲양식장 이식 관련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해 실뱀장어 민관협의체를 발족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제2차 실뱀장어 자원관리 협의회도 개최했다. 해수부는 이날 제2차 협의회에서 CITES 대응을 위한 정부 정책을 설명했다. 또한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뱀장어 자원 보존을 위한 동북아국가 협의회’ 개최 결과와 향후 대응 계획에 대해 공유했다.
앞서 열린 ‘제18차 동북아국가 협의회’에서는 뱀장어 CITES 등재 반대를 위한 과학적 근거와 4개국의 자원관리 방안을 담은 공동 성명서를 마련 중이다. 해수부는 향후 외교부와 협력해 등재 반대 입장을 지지하는 우호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민물장어의 멸종위기종 등재 전과 후 등 단계별로 체계적인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최순 어업양식산업 연구실장은 최근 발간한 ‘국제거래협약(CITES) 등재 대비 뱀장어 양식 산업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CITES 등재 자체를 방지하는 방안으로는 우선 국제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유도해 사전에 방지하는 전략이 있다”며 “또 등재가 결정되더라도 CITES 협약 제23조 ‘유보 조항’을 활용해 등재의 적용을 보류하는 방안이 있다”고 했다.
최 실장은 “우리나라는 과거 돌묵상어, 고래상어, 해마에 대해 유보를 선언한 전례가 있고, 실뱀장어의 경우에도 유보 활용이 가능하다”며 “다만 수입국인 한국은 수출국인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양국이 동시에 유보를 선언해야 교역 제한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외교적 조율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만약 CITES 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일부 양식 어가는 심각한 경영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업종 전환을 유도하는 등 정책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실뱀장어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공 종자 생산을 포함한 완전 양식 기술의 조기 상용화가 필수적이므로,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 보급 확대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위기의 뱀장어②] 기술은 성공, 상용화는 아직…4조원 양식 시장 현주소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