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친환경 공연·무정부 요정…‘콜드플레이 콘서트’가 남긴 흔적들 [D:이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4.26 19:06
수정 2025.04.27 09:54

4월 25일,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이 총 6일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던 이번 콘서트는 단순한 음악 축제를 넘어,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흔적과 논의를 남기며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콜드플레이는 이달 16일을 시작으로 18일, 19일, 22일, 24일 그리고 25일까지 총 여섯 차례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내한 콘서트 ‘라이브 네이션 프레젠트 콜드플레이 :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딜리버드 바이 디에이치엘’(LIVE NATION PRESENTS COLDPLAY : MUSIC OF THE SPHERES DELIVERED BY DHL)을 열고 30만 관객을 만났다.


역대 내한공연 중 최다 공연 횟수, 최대 관객 수 등을 기록하면서 콜드플레이는 내한 콘서트에 새 역사를 썼다.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은 그 자체로도 화제였지만, 이번 콘서트가 더욱 크게 주목을 받은 건, 공교롭게도 탄핵으로 대통령이 없는 두 시절에만 내한하면서다. 더구나 그가 콘서트에서 부른 ‘비바 라 비다’(2008년 내놓은 정규 4집 ‘비바 라 비다 오어 데스 앤드 올 히스 프렌즈’(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의 수록곡)는 힘이 있는 한 사람이 권좌에서 내려오는 혁명에 대한 노래로, 시국과도 맞닿아 있었다. 오죽하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그리고 올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이 노래가 ‘탄핵 찬가’로 통할 정도였다.


덕분에 ‘무정부 요정’ ‘탄핵 요정’으로 불린 이들은 18일 공연에서 “콜드플레이가 올 때마다 왜 대통령이 없는 거냐. 대통령이 필요한 건 이해한다. 그래도 이 상태로도 충분히 훌륭하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면서 대통령으로 추천할 만한 사람으로 밴드 드러머인 윌 챔피언을 꼽았다. 그러면서 “독재자를 물리칠 만한 사람이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재밌고 강한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밴드의 발언이 국내 정치권에서 활용되며 예상치 못한 논란으로 이어진 점이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였던 나경원 의원이 콜드플레이의 이미지와 해당 발언을 차용해 적치적 메시지를 담은 패러디 영상을 제작, 공개하면서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한 것이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정치적 논란 외에도, 콜드플레이는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즉 ‘지속가능성’을 공연 전반에 걸쳐 실천하며 깊은 울림을 안겼다. 공연장에서 사용된 LED 손목밴드는 100% 퇴비화 가능한 소재로 제작되었으며, 공연 후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회수하여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주최 측은 도시별 손목밴드 회수율을 공연장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공개해 선의의 경쟁 분위기를 유도했고, 첫날 96%에 머물렀던 회수율은 마지막 날 99%까지 치솟으면서 콜드플레이 역대 월드투어 중 가장 높은 회수율을 보인 도시로 기록됐다.


뿐만 아니라 입장 시 일회용 생수병 반입이 제한되고, 대신 별도 지참한 텀블러나 다회용 용기에 물을 받을 수 있는 워터스테이션이 공연장 내 설치됐다.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공연장 전력 일부를 현장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태양광, 키네틱 플로어 동력 등)로 충당하고, 투어 경로 최적화를 통해 이동 거리를 줄이는 한편, 항공 이동 시에는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 사용 비율을 높여 탄소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한다. 육상 운송에는 전기 트럭이나 바이오디젤 차량 등 저탄소 운송 수단을 활용한다.


단순히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인종과 퀴어 심지어 외계인까지 차별 없이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공연마다 약 10명의 농인을 초대했고, 이들을 위한 특별한 객석을 마련했다. 진동으로 공연장의 리듬을 전달하는 웨어러블 조끼를 마련하고, 공식 수어 통역사 세 명도 배치했다.


공연 중 ‘피플 오브 더 프라이드’(People of the Pride) 무대에선 성소수자의 프라이드 상징 중 하나인 무지개 깃발을 높게 들어올렸다.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태생의 칠레 싱어송라이터 엘리아나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케이팝 아티스트를 비롯한 화려한 국내 스타들의 방문으로도 연일 화제를 모았다. 블랙핑크의 로제,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진, 엘리아나, 한로로(한지수) 등이 게스트로 특별한 무대를 꾸몄고, 지드래곤, 세븐틴, 배우 정해인,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 배우 류준열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공연장을 찾아 인증샷을 남기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콜드플레이라는 아티스트가 지닌 문화적 영향력과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국적과 장르를 넘어선 음악적 교류의 장으로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콘서트 자체가 하나의 소셜 이벤트이자 문화적 자본으로 작용한 셈이다.


콜드플레이가 남긴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올해 10월에는 또 다른 거물급 팝 아티스트의 내한이 예정되어 있어 국내 공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전설적인 밴드 오아시스가 지난해 깜짝 재결합 이후 한국을 찾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성사된 재결합 이후의 첫 내한이라는 점에서 콜드플레이 못지않은 희소성과 상징성을 가지며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