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이어진 삼성SDI, 美 관세 리스크에도 반등 ‘시동’(종합)
입력 2025.04.25 16:58
수정 2025.04.25 17:06
1분기 4341억 적자…전기차·ESS 수요 부진 영향
미국 ESS 고성장·유럽 수요 회복에 2분기 반등 전망
美 수요 불확실성 속 LFP·46파이·전고체 등 제품군 확대 추진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ESS 비수기 영향으로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삼성SDI가 2분기 반등을 예고했다. 미국 관세 리스크와 고객사 변수로 수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속에서도, 회사는 ‘1분기 저점’ 판단 아래 제품 다변화와 전략 수주 확대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 43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1786억원으로 34.0% 감소했다.
이번 실적 부진은 전기차 및 전동공구용 배터리 등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의 계절적 비수기 진입으로 매출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생산 가동률 하락과 고정비 부담 증가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1분기 저점 확인… ESS·유럽발 회복 신호

삼성SDI는 지난 1분기를 실적 저점으로 보고, 2분기부터 점진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다. ESS 중심의 고성장과 유럽 전기차 수요 반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은 이날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전망에 대해 "2분기에는 관세 관련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당초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칠 수 있지만 1분기보다는 크게 개선될 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ESS 중심으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고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종선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ESS 시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AI 관련 전력 수요 증가로 올해에도 미국 시장 중심으로 고성장이 예상된다”며 “당사는 안전성과 고에너지밀도가 강점인 삼성배터리박스(SBB)의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올해 계획된 ESS용 배터리 생산 캐파의 90% 수준에 달하는 수주를 이미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늘어나는 수요 대응을 위해 추가로 생산 효율화 및 전기차용 라인의 전환을 통해 작년 대비 20% 수준의 캐파 증량을 진행 중”이라며 “이를 통해 매 분기 매출 성장을 지속하고 연간으로 작년 대비 20% 이상의 높은 매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의 액션플랜도 수요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유럽 자동차 산업 액션 플랜’을 발표하고, 향후 2년간 18억유로(약 2조8000억원)를 투입해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박 부사장은 "EU집행위원장이 발표한 정책 내용에 따르면 CO2 배출량 규제가 일부 완화됐고 전기차 수요 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 도입과 함께 미국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와 유사하게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배터리 생산 인센티브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유럽의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되다가 최근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런 지원 정책들은 전기차 수요 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당사의 경우에는 유럽향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실적에 긍정적인 요소를 줄 것"이라고 봤다.
발목 잡는 변수들… 美 관세·스텔란티스 공장 중단
다만 미국 관세 리스크와 주요 고객사인 스텔란티스의 북미 공장 가동 중단 등은 수요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미국 관세 정책 변동성이 워낙 커서 구체적인 영향 수준을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직간접적으로 회사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부사장은 "전기차용 배터리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을 하고 있어 직접적인 관세 부과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다수의 배터리 소재와 부품이 역외에서 수입되고 있어서 원가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고객사들의 전기차 역시 관세 대상이 될 수 있어 차량 가격 상승 및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고성장 중인 ESS시장은 관세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는 미국 판매 비중이 높은 가운데 현재 미국 외에서 생산을 해서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객들과 잘 협의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 거점 확보도 검토 중이다. 급격히 증가하는 현지 수요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주요 고객사의 조업 차질도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SDI의 주요 고객사인 스텔란티스는 지난 3일부터 적용된 미국의 25% 관세 부과 여파로 멕시코와 캐나다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박종선 부사장은 주요 고객사인 스텔란티스의 멕시코, 캐나다 공장 가동 중단에 대해 "미국 관세 관련 불확실성 속에 고객(스텔란티스)이 멕시코, 캐나다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해 당분간 수요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현재 공급하고 있는 기존 모델 이외에도 추가 다른 모델형으로의 판매를 확대하고 시나리오별 효율적인 라인 운영 방안 등을 고민해 가동률을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LFP부터 46파이까지…제품 다변화로 정면 돌파

삼성SDI는 수요 변동성에 대응해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전략적 수주 확대에 나섰다. 현재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LFP(리튬인산철),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등 다양한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고객사 논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수주 확보에 돌입했다.
특히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최근 양산을 개시했으며, 현대자동차그룹과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응용처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한제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은 “대표적인 신규 적용처는 BBU(배터리 백업 유닛), 하이브리드 전기차, 로봇 등으로 이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BBU 수요는 빠르게 증가 중”이라며 “현재 원통형 배터리 매출 내 BBU 비중은 10%에 근접하고 있고, 수요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브리드 전기차용 배터리는 기존엔 파우치형이 주로 쓰였지만, 최근 고출력·고용량 및 안전성 측면에서 원통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다수의 고객사와 협의 중이며, 상반기 내 수주를 달성해 중장기 수요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