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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천도론, 세종 아파트값 부채질…집주인·수요자 눈치싸움 ‘팽팽’

세종=데일리안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5.04.27 07:00
수정 2025.04.27 10:06

급등락 반복했던 세종 아파트값, 0.23% '쑥'

연초부터 급매물 소진, 외지에서도 문의 多

"매물 없어…집주인들 5000만원씩 호가↑"

24일 세종시 나성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이날 방문한 세종시 나성동에서는 이른 시간부터 '집 보여주러 갑니다'는 팻말과 함께 문이 잠긴 공인중개사무소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데일리안 임정희 기자

세종 천도론이 다시 부활하며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거래 현장에선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올리는 집주인들과 실거주 및 투자를 위해 세종을 찾는 수요자들 간의 팽팽한 눈치싸움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세종시 나성동을 찾으니 이른 시간부터 '집 보여주러 갑니다'라는 팻말과 함께 문이 잠긴 공인중개사무소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여러 차례 허탕을 친 끝에 찾은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요즘 집을 보여달라며 찾아오시는 분들이 꽤 많다"고 설명했다.


세종 부동산 시장은 수년간 급등락을 반복해 왔다. 지난 2020년 당시에도 정치권에서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떠오르면서 아파트값이 1년 새 44.93% 급등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주택 시장 침체와 행정수도 이전이 흐지부지되면서 2021년 –0.68%, 2022년 –16.74%, 2023년 –5.14%, 2024년 –6.47%의 변동률을 기록하는 등 장기간 하락세를 보였다.


침체됐던 세종 아파트값이 들썩이기 시작한 것은 오는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다시 거론되면서다.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과 함께 올해 초부터 거래가 체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대통령실과 국회 등을 세종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탄력을 받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값은 지난 4월 2주 기준 0.04% 오르며 상승 전환하더니 3주에는 0.23% 올라 지난 2021년 1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세종시 소재 아파트 단지. 실제로 최근 들어 세종에선 상승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세종시에서도 아파트값이 높게 형성된 나성동에서는 지난달 ‘나릿재마을2단지세종리더스포레’ 전용 84㎡가 11억8500만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썼다.ⓒ데일리안 임정희 기자

실제로 최근 들어서는 세종에선 상승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세종시에서도 아파트값이 높게 형성된 나성동에서는 지난달 '나릿재마을2단지세종리더스포레' 전용 84㎡가 11억8500만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썼다.


나성동 소재 공인중개사 A씨는 "상급지 갈아타기를 위해 대전, 청주 등 외지인들이나 세종 내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많다"며 "요즘 세종 아파트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소문이 났지만 연초부터 매수 문의는 꾸준히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아파트가 밀집한 새롬동과 도담동 등 단지에서도 매수 수요가 꾸준한 것으로 파악된다.


새롬동 공인중개사 B씨는 "급매가 아닌 이상 집주인들이 서두르려고 하진 않는다"며 "오히려 수요자들이 급해졌다. 연초부터 아파트값이 바닥이라고 생각해 집을 보고 있던 차에 가격이 갑자기 오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약속을 잡고 손님께 소개하려고 스케줄을 잡아뒀던 매물이 있는데, 그 전날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을 걸어 중개하지 못한 적도 있다"고 했다.


도담동 공인중개사 C씨는 "세종은 한 때 대규모로 공급이 이뤄진 이후 분양 가뭄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아파트값은 더 오를 거라고 본다"며 "세종은 전세가율이 낮은 편이라 갭투자가 많지는 않은데, 요즘은 전세 세입자가 있는 매물을 찾는 수요도 늘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오른 호가가 실질적인 거래 체결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인식도 크다.


아실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1월 299건, 2월 375건, 3월 781건을 기록했으며 지난 25일 기준 이달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09건으로 치솟은 상황이다.


거래 현장에서는 연초부터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 현재는 급매물이 소진돼 남은 매물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높이고 있어 실제 거래는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이 크다.


나성동 공인중개사 D씨는 "예전 13억원까지 갔던 아파트값이 급격히 떨어지다 10억원 선으로 올라왔는데, 요즘엔 가격이 더 오르면 팔겠다는 분들이 많다"며 "나성동 최고가보다도 더 높은 가격을 부른 수요자가 있었는데, 집주인이 끝내 팔지 않겠다고 하며 매물을 거둔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물이 씨가 마른 상황이어서 계약서를 쓸 때 5000만원, 1억원씩 가격을 올리는 집주인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수도 이전이 공식화 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이전까지는 시일이 걸려 과거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담동 공인중개사 E씨는 "정치적으로 천도설이 반복되는데, 실제 행정수도가 세종으로 이동할 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며 "나중에 수도 이전 얘기가 쏙 들어가면 아파트값은 또 내릴 수도 있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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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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