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무료 승부수…생태계 키워 AI 패권 노린다
입력 2025.04.23 13:09
수정 2025.04.23 14:02
23일 '네이버클라우드 테크밋업' 행사서 경량 모델 3종 공개
멀티모달 오픈소스 모델로 다양한 서비스에 상업적 활용 가능
"소버린 AI는 국가적 총력전…AI 생태계 체력 강화 기여"

네이버가 자사의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를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국내 기업의 주요 생성형 AI 모델 중에서는 첫 사례다.
국내 사용자 기반을 넓히고 생태계를 키워, 미국·중국 빅테크에 대한 AI 기술 종속을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3일 서울 아크플레이스에서 '네이버클라우드 테크밋업' 행사를 열고 하이퍼클로바X의 경량 모델 3종을 공개했다.
해당 모델은 한국어 및 한국 문화 관련 이미지·영상을 이해하는 데 특화된 ▲하이퍼클로바X 시드 3B, 텍스트 모델로 지시 이행 능력에 특화된 ▲하이퍼클로바X 시드 1.5B, 리소스가 제한된 환경에 적합한 초소형 대화형 인터페이스 구현 모델▲하이퍼클로바X 시드 0.5B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네이버의 온 서비스 AI(On-Service AI) 전략이 가속화되면서 네이버 서비스에 안정적, 비용 효율적 적용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특화 모델들을 생산하고 있고, 최근 가장 니즈가 많은 모델이 경량 모델과 추론 모델이었다"며 "이 중 기업들이 GPU(그래픽처리장치) 리소스 부담 없이 가장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량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은 경량 모델을 통해 AI 서비스 전환 주요 어려움으로 꼽히는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AX(AI 전환)를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성 총괄은 "팀 네이버 내 약 300여건의 프로젝트에서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하고 있다. 쇼핑, 광고, 플레이스, 검색, 웨일, 웍스, 밴드/카페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으며 그 중 3B 이하 경량 모델이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경량 모델은 고퀄리티, 고성능 플래그십 모델 능력에 종속돼있어 경량 모델만 제작하는 경우 10분의 1 이하의 비용만 발생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커스텀으로 만들 수 있는 공정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성 총괄은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모델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는데, 그 모델에 경량화 기술을 적용해 작은 모델을 만드는 비용은 기존의 10분의 1에서 20분의 1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영상·대화 등에 특화된 멀티모달 오픈소스 모델 3종 공개
이 일환으로 개발한 하이퍼클로바X 시드 3B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 정보도 처리할 수 있는 시각언어모델로, 도표 이해, 개체 인식, 사진 묘사 등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다리 영상을 보여준 뒤 '이 영상 속 장소는 어디야? 이 근처로 여행을 간다면 어떻게 관광하는 게 좋을까?' 질문하면 3B는 '부산의 광안대교'라고 설명하며 어떻게 여행하면 좋은지 일목요연하게 제안한다.
경쟁 모델들과의 이미지·비디오 성능에서도 3B는 우수성을 확보했다고 네이버클라우드는 강조했다.
한국어·한국문화와 영어 관련 시각 정보 이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9개 벤치마크의 평균 점수를 비교한 결과, 하이퍼클로바X 시드 3B는 오픈AI의 GPT 4V, GPT 4o 점수를 상회했다.
이 모델은 상품 페이지의 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만큼 광고 카피를 제안하는 솔루션을 구축하거나, 사진 및 영상 콘텐츠와 함께 국내 여행지 정보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비즈니스에 활용될 수 있다.
하이퍼클로바X 시드 1.5B는 기본 번역 작업, 챗봇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너는 이제부터 영어 선생님이야, 내 작문을 교정해줘'라고 명령한 뒤 영어 문장을 입력하면 1.5B는 원문 해석을 언급한 뒤 수정본을 곧바로 제시한다.
이 1.5B는 경쟁 모델과의 한국어 이해력 평가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했다. 성 총괄은 "한국어 역량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성능을 보인다. 중국이나 미국 모델 보다 훨씬 더 좋은 성능"이라며 "네이버 케어콜이라던가 기본 대화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이퍼클로바X 시드 0.5B 모델은 모바일, 스마트홈,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서 대화형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모바일로 '나 우리집 거실을 예쁘게 꾸미고 싶다'고 입력하면 색상, 가구 배치, 조명, 식물 포함, 액세서리 활용, 벽 장식 등 다양한 구성에 맞게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성 총괄은 "GPT3 이전 버트라는 모델이 있었는데 그 때 사이즈와 거의 유사한 수준"이라며 "추가 학습을 통해 간단한 서비스, 게임 등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오픈소스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시드는 연구용으로만 사용 가능했던 기존 국내 기업들의 주요 모델과 달리 비즈니스 및 학술 연구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비용 부담이나 라이선스 제한 등의 문제로 생성형 AI 도입을 망설였던 중·소규모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국내 AI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퍼클로바X의 플래그십 모델 기반 추론 모델도 올 상반기 공개
뿐만 아니라 네이버클라우드는 하이퍼클로바X의 플래그십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추론(reasoning) 모델을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해당 모델은 추론 모델의 근본적 강점인 수학,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더 정확한 답변을 생성하는 것을 넘어, 시각 및 음성 정보 이해, 자동 웹 검색, API 호출, 데이터 분석 등 그동안 개발해온 하이퍼클로바X의 각종 능력이 추론 모델을 기반으로 함께 고도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하이퍼클로바X 추론 모델에 ‘제주도 서귀포 쪽에 아이들하고 갈 만한 관광지 어디 있을까? 후기 좋은 숙소도 예약해줘’와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모델은 스스로 사고하는 추론을 통해 답변 계획을 세운다.
이후 각 단계에서 검색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숙소 예약 API를 호출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상품 구매, 업무 자동화, 스마트홈 제어 등 여러 종류의 API를 연동하고, 정보 탐색, 데이터 시각화 등 AI의 능력을 다양화하면, 추론 모델은 이러한 API와 능력들을 활용해 복잡한 지시도 수행할 수 있다.
기존에는 AI가 어떤 도구를 활용해야 하는지 사용자가 직접 지정해야 했다면, 추론 모델을 통해 하이퍼클로바X가 적절한 도구를 스스로 선택하는 역량이 강화된 것이다.
또한 텍스트에서 이미지와 비디오까지 나아간 하이퍼클로바X의 멀티 모달리티를 음성까지 확장해 하이퍼클로바X 음성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음성 모델에 대해 성 총괄은 "이 기술을 실증(demonstration)한 기업은 전 세계에 몇 군데 없다"며 실제 개발자-음성 모델간 대화를 공개했다.
개발자가 '어떤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까요?'라고 묻자 음성 모델은 '편한게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라고 답했고 'AI가 발전하면 사람들은 더 행복해질까'라고 다시 질문하자 '어떤 측면에서는 인간 일자리가 사라져 부정적인 영향이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답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하이퍼클로바X 음성 모델은 텍스트 모델의 지식과 추론 능력을 음성 영역에 반영해 감정이 담긴 음성 합성, 음성 스타일 분석, 자연스러운 양방향 대화 등이 가능하다. 향후 텍스트와 음성을 자유롭게 오가는 AI 대화 모델도 개발해 AI와의 진화된 음성 상호작용을 설계할 계획이다.
소버린 AI는 국가적 총력전…AI 생태계 체력 강화 기여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하이퍼클로바X' 경량 모델 3종을 무료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에 대해 '소버린(주권) AI'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소버린 AI는 소버린(Sovereign)에 AI(인공지능)을 붙인 단어로, 특정 국가나 조직이 자국 내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AI를 만들고 문제를 개선하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가, 없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소버린 AI는 보안, 안보와 같은 부분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미지·영상·음성으로 확장한 멀티모달 모델, 저비용 경량 모델, 강력한 추론 모델을 중심으로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고, 이를 대규모 사용자 기반의 네이버 서비스에 적용하거나 기업용 솔루션 개발, 또는 오픈소스 공유를 통해 국내 AI 생태계 확장을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네이버클라우드는 이 경량 모델을 통한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AI (생태계가) 활성화되면 많은 스타트업이 생길 수 있고, 정부 차원에서도 여러 진흥책이 나올 수 있다"면서 "네이버 자체적으로도 우리 모델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갈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과 연구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