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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케이팝 ESG 실천?… 콜드플레이 내한에서 찾는 지속가능성 [D:가요 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4.23 08:45
수정 2025.04.23 08:46

‘서울=??, 홍콩=94%, 헬싱키=97%, 도쿄=97%’


고양종합운동장,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딜리버드 바이 디에이치엘’(LIVE NATION PRESENTS COLDPLAY : MUSIC OF THE SPHERES DELIVERED BY DHL)의 본격 시작 전 대형 전광판에 의문의 숫자가 띄워졌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콜드플레이는 월드투어를 하면서 야광봉 대신 100% 퇴비화가 가능한 식물성 소재로 제작된 자이로 밴드(원격제어 손목밴드)를 제공하는데, 나라별 회수율 리더보드를 공지하고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첫날 공연인 4울 16일, 한국의 자이로 밴드 회수율은 96%에 머물렀지만, 온라인상에서 ‘회수율 100%에 도전하자’는 움직임이 이어졌고 18일 공연에서 회수율이 98%까지 치솟으며 서울이 회수율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콜드플레이의 지속가능성 활동은 자이로 밴드 회수에 그치지 않는다. 월드투어 자체가 친환경을 중심으로 기획, 실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공연장 전력 일부를 현장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태양광, 키네틱 플로어 동력 등)로 충당하고, 투어 경로 최적화를 통해 이동 거리를 줄이는 한편, 항공 이동 시에는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 사용 비율을 높여 탄소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한다. 육상 운송에는 전기 트럭이나 바이오디젤 차량 등 저탄소 운송 수단을 활용한다.


앞서 언급된 퇴비화 가능 소재의 자이로밴드 사용 외에도, 공연장 내 명확한 지침을 갖춘 재활용 시스템을 운영해 매립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자원 재활용률을 높인다. MD 상품 제작 시에도 재활용 소재, 유기농 면 등 지속가능한 원료를 우선 사용하며, 포장재 역시 재활용 가능하거나 생분해성 소재를 선택한다. 또 판매된 티켓 한 장당 나무 한 그루를 심는 ‘1 티켓 = 1 트리’ 정책도 운영 중이다. 활동들의 진행 상황과 성과를 측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여 약속 이행에 대한 책임성도 보여준다.


콜드플레이의 실천 방식은 현재 케이팝 산업의 환경 문제와 관련해 큰 시사점을 준다. 케이팝(K-POP)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산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 특히 폐기물 문제에 대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주요 문제 중 하나는 ‘앨범깡’으로 통칭되는 과도한 실물 앨범 구매 및 폐기 현상이다. 현재 한국의 기획사들 대다수는 앨범 판매량 증대를 위해 동일 앨범을 여러 버전으로 출시하고, 포토카드나 팬 사인회 응모권 등 무작위 구성품을 포함시키는 판매 전략을 펼친다. 이는 팬들이 원하는 구성품을 얻기 위해 필요 이상의 앨범을 중복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결과적으로는 수백만 장의 미개봉 또는 불필요한 앨범 구성품이 그대로 폐기물로 처리된다.


물론 한국에서도 일부 기획사들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앨범 제작이나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앨범 형태를 시도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아직 일부 기업에 국한되거나, 산업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앨범 판매량을 주요 성공 지표로 삼고 이를 팬덤 활동과 직결시키는 현재의 산업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개별 기업의 단편적인 시도는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현재 케이팝 시장은 ‘월드투어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콜드플레이와 같이 케이팝 산업도 글로벌 영향력에 상응하는 환경적 책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종이 앨범 제작’ ‘공연장 쓰레기 회수’ 등의 작은 실천도 좋지만, 앨범 제작, MD 상품 개발, 공연 투어 등 산업 활동 전반에 걸쳐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지속가능성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앨범깡’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획사 차원에서 과도한 앨범 구매를 유도하는 현재의 판매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환경 문제에 대한 팬덤의 요구가 구체적으로 변하는 추세고, 이에 발맞춰 기획사들도 환경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한다. 실제로 일부 기획사에선 불필요한 앨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고, 콘서트에서도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다만 콜드플레이의 사례를 참고할 순 있지만 수익을 내야 하는 기획사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등 어려운 부분도 많다. 콜드플레이의 모델을 바탕으로, 한국의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지속가능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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