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호남 승부 앞두고 긴장국면…누적 '구대명' 실현 잠시 제동?
입력 2025.04.23 04:15
수정 2025.04.23 04:15
20대 대선 경선 광주·전남서 이낙연에 패배
8·18 전당대회 때도 '투표율' 20% 머물렀고
최근 담양시장 재선은 조국혁신당이 가져가
24~25일 호남 방문해 지역 표심 잡기 총력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절대강자 이재명 후보의 독주에 '축제'처럼 흘러가고 있지만, 당의 심장이라 불리는 '호남권' 경선을 앞두고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앞서 전당대회와 재보궐선거 등에서 감지된 민심은 이 후보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 후보가 압도적 흐름을 이어가는 데서도, 호남은 언제나 이 후보의 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지역으로 남았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가 누적득표율 '구대명'(90% 이상 득표로 대선 후보는 이재명)을 호남에서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 또 이번 경선에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저조했던 호남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지가 관건으로 부상했다.
22일 민주당에 따르면 호남권 순회경선 합동연설회는 오는 26일 오후 3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권리당원과 전국대의원 온라인 투표는 23~26일까지 진행한다.
지난 20일 영남권 권리당원 및 대의원 대상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는 90.81%를 득표했다. 전날 첫 순회경선인 충청권에서는 88.15%를 얻으며 압승했다. 충청권과 영남권을 합한 누적 득표율은 이 후보 89.65%, 김동연 후보 5.27%, 김경수 후보 5.17%이다.
정작 호남에서는 이 후보의 이 같은 득표율 고공행진이 잠시 주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이 후보의 당대표 연임을 위한 8·18 전당대회에서는 호남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이 문제가 된 바 있다. 결과가 뻔했던 경선인 탓에 수도권 다음으로 권리당원이 많은 지역임에도, 전남 투표율은 23.17%, 전북은 20.28%, 광주는 25.29%에 그치며 호남 유권자들의 실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호남에 앞서 지역 경선이 열렸던 대구와 경북, 부산에서의 온라인 권리당원 투표율은 각각 52.23%, 47.80%, 42.07%였던 점에 비춰보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였다.
이보다 앞선 20대 대선 경선 당시 광주·전남에서는 당시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기도 했다. 이낙연 후보가 47.12%를 얻어 46.95%를 얻은 이재명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 이낙연 후보가 0.17%p 차이로 승리했지만, 이후 다른 지역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우위를 점하며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최근 재보궐선거들에서도 호남발 위기감은 잇따라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4곳의 기초자치단체장 자리를 놓고 이뤄진 10·16 재보궐선거 당시 민주당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군소야당의 저력이 심상치 않아 민주당으로선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당대표였던 이 후보가 호남 승부처인 영광과 곡성 지역에서 이들을 견제하느라 진땀을 뺐다.
결국 두 곳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으나, 문제는 최근 담양군수 재선거에서의 뼈아픈 결과였다. 민주당계 정당인 조국혁신당은 창당 이후 처음으로 담양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을 배출했다. 일련의 상황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강세 지역인 호남에서의 정치 지형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됐다.
당장 이 후보는 24~25일 이틀간 호남을 찾아 지역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일 예정이다. 이 후보는 전북·광주·전남을 잇달아 방문하는데,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지역별 맞춤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10·16 재보선 기간 전남 영광을 찾아서도 신안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익 공유 사례를 언급한 바 있다. 이 후보는 "호남은 미래 에너지, 재생 에너지의 보고"라면서 "지능형 송배전망만 대량으로 깔아주면 곳곳에서 (바람·햇빛 등) 재생에너지를 생산해서, 거기서 남는 소득의 일부를 지역 주민한테 배당하는 정책을 신안이 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번 호남 방문에서도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 육성과 기본소득 관련 내용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날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난제였던 의료 갈등 해결 의지를 보였다. 이에 따라 호남 일정 소화 중 전남 지역의 숙원사업인 '의대신설'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공공의대를 설립해 공공·필수·지역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공공 의료시스템을 갖춘 공공병원을 확충해 가겠다"며 대선 공약으로 공공 의료 강화 등을 내걸었다.
한편 이재명 캠프에 따르면 이 후보는 오는 24일 오전 전북 김제에 있는 한국농어촌공사를 방문해 재생에너지 현장 간담회, 오후에는 광주로 넘어가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끈 시민들' 민주주의 간담회에 참석한다. 이튿날인 25일에는 전남 나주 전남농업기술원을 방문해 농업과학기술 진흥 간담회에 참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