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만 오른다...'알트 시즌' 이제 없나
입력 2025.04.21 14:07
수정 2025.04.21 14:35
전체 코인 시장서 비트코인 시총 비중 64%
비트코인 도미넌스, 올해부터는 우상향
기존 사이클과는 상승 견인 재료 달라..."양극화 심화"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율(도미넌스)가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트코인이 오를 때 알트코인은 덜 오르고, 비트코인이 내릴 때는 알트코인이 더 내렸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기존 비트코인 상승 이후 알트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하며 나타난 이른바 '알트 시즌' 가능성에도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21일 글로벌 트레이딩 플랫폼 트레이딩뷰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오후 1시30분 기준 64.06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64%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도미넌스 상승은 시장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모두 나타날 수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주목받으면 소위 '대장주'인 비트코인에 먼저 자금이 쏠리며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비트코인 도미넌스도 같이 상승한다. 이 과정에서 알트코인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반면 시장 하락기에는 대장주인 비트코인 자금 유출(가격 하락)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나고, 펀더멘털이 약한 알트코인에서는 자금 유출이 더 크게 발생한다. 간혹 시장이 상승하면서 알트코인 상승률이 비트코인의 상승률을 상회할 때만 시장 상승과 비트코인 도미넌스 하락이 동시에 나타난다. 시장에선 이 시점을 '알트 시즌'이라고 부른다.
비트코인 도미넌스 상승은 지난해 12월 3일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2월 3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 10만 달러를 돌파했던 시점이다. 당시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칭하며 미국을 비트코인 수도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 시장 기대감을 높였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타 가상자산들도 이때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기대감이 식고 가격 상승률이 줄어들면서시장 하락 국면에서도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경우 비트코인보다는 알트코인에 더 투자하는 경향이 높다. 시장 하락기에 알트코인 가격이 비트코인보다 더 크게 하락, 더 크게 하락하면서 올해 들어 ‘알트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사실상 사라졌다.
비트코인 도미넌스 상승에 대해 시장에선 다양한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비트코인 상승을 견인한 미국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기존 가상자산 시장 상승 사이클과는 다르다는 분석이 있다. 해외에선 가상자산을 매수하려면 법정화폐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가 간 송금 등 다양한 쓰임새가 있지만, 가상자산 투자에 쓰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이 상승할 때는 스테이블코인 발행량도 증가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어느 정도 상승한 뒤 차익을 실현하는 움직임이 나오면, 오갈 데 없는 자금이 알트코인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이클 상승을 견인한 비트코인 현물 ETF는 미국 증권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차익을 실현한 자금이 다시 다른 가상자산으로 유입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야기한 '반짝 상승'이 끝난 뒤에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하락, 관세 전쟁 우려, 경기 침체 우려 등 거시경제적 악재가 다양하게 나타났다. 기존에는 가상자산 시장이 미국 증시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현물 ETF 승인 이후에는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커졌다. 미국 증시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투자금이 유출되면서 가격 하락도 지속됐다.

시장에서는 알트코인 시즌 도래에 회의감이 짙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카이코와 블록헤드는 최근 공동 보고서에서 "2025년은 전통적인 알트코인 랠리보다는 실사용 사례와 기관 자금 유치 여부에 따라 성과가 갈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실제로 상위 10개 알트코인이 전체 거래량의 64%를 차지하고 있으며, 시가총액이 적은 다수 알트코인은 거래량이 연초 대비 30% 이상 하락하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2분기를 전후해 알트코인이 반등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스위스 소재 가상자산 은행 시그넘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곧 규제 환경이 개선되며 신규 투자자의 시장 유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규제 개선으로 증시가 아닌 가상자산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알트코인이 회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이날 오전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마켓캡이 집계하는 '알트코인 시즌 지수'는 19로 집계됐다. '알트코인 시즌' 기준치인 75에 못 미치는 수치다. 이 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가상자산 100종 중 75%가 최근 90일간 비트코인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때 '알트코인 시즌'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현재 기준 100종 가상자산 중 비트코인 상승률을 넘어선 토큰은 19개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