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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박해수가 들여다 본 악의 심연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4.20 10:51
수정 2025.04.20 10:51

“뭔가를 내려놓았는지, 현장 조금씩 즐기게 돼… 이병헌 · 이희준 등 선배들 보며 배워”

순수해 보이는 목격자에서 살인도 모자라 남의 인생까지 훔치는 섬뜩한 범죄자까지. 배우 박해수는 ‘악연’에서 한 치 앞을예측할 수 없는 연기로 그동안 본 적 없던 악역을 탄생시켰다. 박해수 또한 변화무쌍하게 얼굴을 바꾸며 긴장감을 배가하는 ‘목격남’을 만나 더욱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다.


박해수는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범죄 스릴러 ‘악연’에서 뺑소니 사고의 목격자인 목격남을 연기했다.


극 후반부 목격남은 전체 사건의 출발점이자 설계자로 뒤바뀌며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순진한 얼굴로 정체를 속이는가 하면, 어느 순간 섬뜩한 얼굴을 내비치며 공포감을 조성하는 등 유연하게 감정을 활용하며 ‘악연’만의 긴장감을 구축한 것. 박해수는 디테일하게 캐릭터를 분석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목격남의 ‘과정’을 완성했다.


“감독님과 이 캐릭터의 변화가 세 가지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단면을 보여주는 부분들이었다. 남의 양심을 팔아먹으면서 살았던 시기, 또 큰돈을 제안받으면서 또 변하는 모습이 크게는 한 부분이었다. 나중에 정체가 들통이 난 이후의 모습도 있었다. 처음엔 욕심이었다가 나중엔 생존하기 위해 동물처럼 선택을 하기도 한다. ‘여기선 목격남의 진짜가 보여야 할까요’ 이런 걸 물으면 감독님이 정확하게 잡아주셨다.”


이름이 아닌, ‘목격남’으로 불리는 ‘모호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 법도 했다. 그러나 박해수는 목격남의 전사를 고민하고 분석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목격남의 동물적인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작품의 ‘본래 의도’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름 없는 배역은 처음이었다. 대본을 읽으면서도 이 캐릭터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발견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힌트를 얻은 건 껍데기 같은 존재라는 거다. 마치 악귀 같은 느낌도 있었다. 남의 몸에 들어가고, 마지막엔 화상을 입은 형상도 그렇지 않나. 사이코패스라기보단 선택을 잘못한 인간의 마지막 단계를 보여주고자 했다. 종교적인 이야기는 아닌데, 욕심이 죄를 낳고, 또 그것이 사망으로 이르게 한다는 성경의 한 말이 생각나더라.”


이렇듯 고민하며 파고드는 과정 자체에 행복을 느꼈다. 박해수는 “배우가 이런 캐릭터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목격남만의 개성을 강조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1, ‘수리남’ 등 다른 작품에서도 악역 연기를 했지만, 캐릭터의 심리를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었던 이번 악연은 또 달랐다.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는 캐릭터가 많지는 않다. 이번엔 분장까지 세게 하지 않았나. 하면서 재밌었다. 금기를 깨고 다른 선으로 넘어가는 것 같았다. 어떤 한 유형에 갇혀있지 않는 것 같아서 좋았다. 저는 늘 그랬던 것 같다. 어떤 한 유형에 속해 있는 인물을 많이 하지 않았다. 실험극을 해보기도 했고, 그러면서 나름의 훈련은 돼 있었던 것 같다. 연극 접근을 하듯이 대본을 분석하고 파악하는데, 너무 재밌었다. 물론 변화 포인트를 계산해서 한 건 아니지만, 그런 것들에 재미를 느꼈다.”


배우 이희준부터 김성균, 이광수, 극 중 유일한 선역이었던 신민아까지. 다양한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재미도 있었다. ‘악연’에서 끝까지 살아남으며 여러 상대 역을 만나는 유일한 캐릭터였던 만큼, 여러 베테랑 배우들과 호흡하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감사하고 만족했다.


“저는 걱정도 많고, 긴장도 하면서 ‘악연’을 봤었다. 그런데 모든 힘은 상대 배우에게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더라. 변화를 억지로 표현하려고 한 건 아닌데, 배우들을 만나며 상호작용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게 컸다. 신민아를 만났을 땐 그의 선한 단단함에 물러나는 이상하지만 자연스러운 관계가 나왔다. 이광수의 파워풀함에 자연스럽게 눌리면서 나오는 어리숙함도 있었다. 김성균균 형을 만났을 땐 너무 무서운 사람이니, 그보다 더 강하려고 노력하다가 나오는 연기도 있었다.”


악역을 물론, 현실적인 멜로 드라마에서 로맨스 연기를 펼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무대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고 싶다는 의지도 강했다. 여러 작품을 소화하며 바쁘게 활동하는 것이 지칠 법도 했지만, 박해수는 다양한 활동에서 원동력을 얻는다며 배우로서의 욕심을 드러냈다.


“지금까진 밖에서 경험을 하고, 촬영을 하면서 결과물을 보여줬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엔 촬영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인풋’이 된다.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할 때 특히 그렇다. 연극을 하다 보면 에너지가 들어왔다, 나왔다 순환이 된다. 그러다 보면 원동력을 얻는다. 연극이 아닌 분야에선 못 느꼈었는데 요즘엔 내가 뭔가를 내려놓았는지, 현장을 조금씩 즐기게 된다. 배우 이병헌, 이희준 등 좋아하는 선배들을 보면 현장을 즐기고 계시더라. 그런 걸 느끼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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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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