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IRA 효과 제한 속 적자 전망…미국 투자로 반등 시동
입력 2025.04.14 12:21
수정 2025.04.14 14:44
미국 생산거점 부족·IRA 효과 제한 속 1분기 3440억원 손실 예상
스텔란티스·GM 합작공장 투자, 46파이 배터리 조기 양산 등 선점 전략
2분기부터 점진적 실적 개선 기대…재고 축적 본격화 전망

삼성SDI가 1분기 실적 부진 속에서도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선제적 투자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글로벌 시장의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2분기부터는 주요 고객사의 재고 축적이 본격화하며 실적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삼성SDI는 1분기 영업손실 34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실적 부진은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 OEM들의 재고조정이 1분기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울러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미국 내 생산 공장이 상대적으로 적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생산세액공제(AMPC) 효과가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뚜렷한 업황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는 자동차 관세 영향으로 배터리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며, IRA와 EU 액션플랜 등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IRA, 액션플랜, 관세 등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상황이며, 2분기 중 해당 정책 내용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삼성SDI는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무대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IRA가 유지되는 한 생산세액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동시에 관세 부담까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여전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현지화를 기반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1공장을 조기 가동했으며 SPE 2공장과 GM 합작공장도 건설 중이다. 차세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최초로 46파이(지름 46㎜) 배터리 양산에 들어가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긴 조치다.
이와 함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ESS 시장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삼성SDI는 최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재무안정성 확보와 미래 투자 재원 마련에도 나섰다. 전기차 수요 정체로 배터리 업계가 일시적인 ‘캐즘’(수요 공백) 구간을 지나고 있지만, 삼성SDI는 장기적인 시장 성장을 확신하며 선제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 특성상 시설 투자에서 양산까지 약 2~3년이 소요되는 만큼,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캐즘 이후 시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미국 GM과의 합작법인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 등 구체적인 미래 성장 전략에 투입된다.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는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판매 호조로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및 배터리 재고 수준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반기 판매 확대를 위한 재고 축적이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도 최근 "캐즘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1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