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주도권 쥔 정부…“난개발 방지 기대” vs “제도적 장치 미흡”
입력 2025.03.18 11:01
수정 2025.03.18 11:01
‘해상풍력특별법’ 국무회의 통과
예비지구 지정해 정부 주도로 사업
사업 기간 단축·환경성 검토 강화
“해상풍력 사실상 민영화” 비판도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해상풍력특별법’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정부 주도로 계획을 세워 풍력발전 난개발을 막고 동시에 경제성까지 극대화한다는 계획인데, 시민·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우려 목소리도 여전하다.
18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해상풍력특별법)’을 의결했다.
해상풍력특별법은 체계적이고 질서 있는 해상풍력 보급을 위한 법안으로, 경제성과 환경성, 수용성 등을 미리 검증한 장소에만 해상풍력사업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른바 ‘계획 입지 제도’ 도입이다.
사업 절차를 보면 먼저 정부는 총리실 소속 ‘해상풍력발전위원회’와 관계 부처 합동 ‘해상풍력발전추진단’을 신설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상풍력 입지 정보망’을 구축한다. 입지 정보망에는 풍황과 어업 활동, 선박 운항, 환경성 등의 내용을 담는다.
해상풍력 입지 정보망 자료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입지를 발굴해 ‘예비 지구’를 지정한다. 예비 지구 지정 이후 민관협의회를 조직해 주민·어업인 의견 수렴을 거쳐 ‘발전 지구’를 결정한다. 발전 지구 내 사업은 별도 사업자 선정 절차를 거친다.
사업자 선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입찰방식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다. 200MW 이상 석탄화력발전소를 소유한 공공기관은 입찰 절차에서 우대받을 수 있다.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신청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해상풍력 분야 기술개발 촉진 ▲공급망 활성화 지원 ▲실증단지 조성·운영 ▲전문 인력 양성 ▲해상풍력 전용 항만· 배후 시설 지원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해상풍력과 관련한 공유수면 점용·사용료를 ‘수산발전기금’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과정을 거침으로써 난개발을 방지하고 사업 초기부터 정부 주도로 주민·어업인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사업 단계별로 환경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해 환경 파괴 우려를 줄였다.
더불어 기존 7~8년 걸리던 사업 시행 기간도 3년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해수부는 “예비지구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환경성을 일차적으로 검토하고 기본설계 수립, 발전지구 내 실시계획 수립 단계에서 각각 환경성을 검토하는 내용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수부는 해양환경성 검토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이미 ‘해양이용영향평가법’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해 해상풍력에 특화한 검토 기준을 마련한 상태다.
특별법 제정에 어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어업인과 해상풍력이 상생하는 발판이 마련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어업인과의 상생 취지가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도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연근해 어획량이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조업환경이 어렵고, 기상 악화에도 조업을 나서야 할 만큼 절박한 어업인들에게 이번 특별법에 어업인 요구가 반영된 것은 다행”이라며 “기존 사업과의 갈등 문제는 정부가 하위법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수산업계의 입장을 적극 피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 시민·사회·환경단체에서는 이번 특별법이 공유재를 사유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지난달 법안 국회 통과 당시 “계획 입지를 법제화한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지만, 실시계획 단계에서 수많은 환경·사회 규제를 의제 처리해 무력화하면서 계획 입지 제도의 긍정성을 퇴색시키고 있다”며 “해상풍력 개발이 더딘 것이 마치 환경·사회 규제를 위한 인허가 제도에 있는 양 희생양 삼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존에 발전 사업 허가를 얻은 민간사업자들 기득권을 인정하면서 해상풍력 민영화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해상풍력 산업은 민간사업자들이 수익성에 매달려 과잉 투자와 투자 철수를 반복하면서, 신속하고 체계적인 확대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법의 목적 조항에 공공성이라는 단어를 포함해 해상풍력 사업자 입찰 과정에서 발전공기업을 우대하는 조항을 삽입하는 등의 일부 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맞다”면서도 “이것으로 공공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애초에 공유수면과 바람이 우리 모두의 공유재라는 헌법적 가치를 명확히 하고, 공적 개발과 소유라는 원칙 아래 발전공기업을 중심으로 해상풍력을 개발한다는 접근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