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해제’ 후폭풍에 대출문턱 상향?…무주택자 ‘불똥’ 우려
입력 2025.03.18 07:00
수정 2025.03.18 07:00
들썩이는 서울 집 값…금관구·노도강까지 꿈틀
금융당국, 강남 3구 등 가계대출 모니터링 강화
공급 절벽 속 주담대 뛰면 ‘대출 옥죄기’ 현실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이후 집 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기준금리 인하 속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수요가 다시 꿈틀거리며 금융당국이 대출 증가세를 면밀히 주시하고 나섰다. 이에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구입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잠삼대청의 토허제 해제 후폭풍으로 서울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실수요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뜨거워졌던 시장이 강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집값이 들썩이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우려에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20% 올라 4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강남 4구가 있는 동남권은 상승률 0.58%로 지난 2018년 9월 첫째 주(0.66%) 이후 6년 6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5일 기준 신고 건수(계약일 기준) 5138건으로 신고일이 보름 가까이 남았지만 5000건을 넘어섰다. 토허제 해제 직후인 지난달 13일 이후 계약 건은 3281건으로 전체의 63.9%에 달했다.
여기에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의 집값도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강북구와 도봉구는 전주 대비 집값이 상승했으며 노원구는 하락에서 보합으로 전환됐다. 관악·구로·금천은 상승 폭이 확대됐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잠삼대청의 토허제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6월까지 기다리거나 시범적으로 해제한 뒤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었는데 해제가 다소 이른 감이 있었다”며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이나 금융권 가계대출 규제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까지 ‘핀셋 관리’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강남 3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와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며 이들 지역의 부동산 가계 대출 증가세가 커지면 은행들에 추가 관리 대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가계 대출 증가세가 커지면 은행 등 금융사별 추가 자율 규제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를 더 높이기 힘든 상황 속에서 대출 수요를 꺾는 정책이 점쳐진다. 다주택자와 수도권에 한정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당장 은행들이 월별·분기별로 가계 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일부 점포에서는 ‘대출 오픈런’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통상적으로 연초에는 가계 대출 총량 목표가 리셋되면서 은행들도 영업에 적극적이지만 정부가 부채질한 집값 급등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대출 금리 하락과 신학기 이사 수요 등으로 이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확대됐는데 토허제 해제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 지난달 금융권 주담대는 5조원 증가하며 전월 대비(3조2000억원) 증가 폭이 확대됐다.
오는 24일부터는 수도권에 한 해 주택도시기금의 구입자금(디딤돌)·전세자금(버팀목) 대출금리가 상향 조정된다.
디딤돌 대출 금리는 연 2.65~3.95%에서 연 2.85~4.15%로 높아진다. 신혼부부 전용 주택구입자금대출 금리도 기존 연 2.35∼3.65%에서 2.55∼3.85%로 0.2%포인트(p) 올라간다. 부부합산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에게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버팀목 대출 금리도 수도권에서만 0.2%p 높인 연 2.5∼3.5%로 상향조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토허제 해제 이후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민간에서는 공급 절벽까지 현실화되고 있어 주택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며 “정부의 엇박 규제로 실수요자들의 주택 마련 기회가 좁혀지지 않도록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