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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공백 노리는 사모펀드, 홈플러스 사태 "남일 아냐" [데스크 칼럼]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5.03.17 09:21
수정 2025.03.17 09:21

경기 불투명한데 총수 부재·외부세력 공격까지

재계, 경영권 불안 고심…美·日 수준의 '경영권 방어 수단' 간절

"경영권 견제·방어 균형 맞춰야"

경기도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관계자가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를 전격적으로 개시하면서 PEF의 투자전략이 재조명되고 있다. PEF는 문제가 있는 기업 지분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매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기업 생태계를 원활하게 한다는 점이 순기능으로 평가받지만,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특성상 구조조정이나 자산 매각을 통한 이윤 극대화 등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엔 오너 일가나 동업자 사이의 분쟁이 벌어지는 기업을 공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제 MBK가 시가총액 16조원,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과 기존 이사회를 무력화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오너 경영진이 조그만 허점이라도 보이면 막대한 자금을 앞세운 PEF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당연히 오너 경영진의 공백은 경영권을 노리는 PEF에겐 좋은 기회다. 외부세력의 경영권 공격 시, 최고 책임자가 자리에 없다면 신속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중대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2003년 국내 자본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소버린 사태'는 오너 경영진의 부재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외국계 사모펀드인 소버린은 당시 검찰 수사 등으로 위기에 처한 SK(주)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았으나, 곧 그룹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의도를 드러냈고 끝내 투자금의 4배인 1조원의 수익을 챙기고 떠났다. 회사의 규모나 재무 상태, 거버넌스 구조와 무관하게 리더십 부재만으로도 경영권이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례다.


▶ 재계에서는 '고려아연 다음은 어디냐'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우려되는 기업으론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있다. 이 회사의 오너 경영인인 조현범 회장이 오는 5월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어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현재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세계 2위 자동차 열관리 솔루션 기업 한온시스템과 총 매출의 85% 이상을 해외에서 달성하는 세계 7위 타이어 기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계열사로 갖고 있다.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전기차 전용 타이어 등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더욱 중요성을 높여가는 기업들이다.


같은 업종 내에서 확고한 브랜드 가치를 가졌거나, 최소 몇 년간 후발주자의 추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수익 창출 능력이 안정적인 업체다. 여기에 전기차용 타이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를 위해선 지속적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자칫 오너 경영인인 조 회장의 경영 공백이 생기면 기업 가치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이미 MBK파트너스는 지난 2023년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틈타 한국앤컴퍼니의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다가 한차례 실패한 바 있다.


▶ 상황이 이렇자 경제계에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경영권 보호 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 지배주주에게 싼값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과 현재 1주 1표인 의결권 수에 차등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차등의결권이 대표적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들이다. 재계 일각에선 "결국 PEF 등 외부세력이 수익을 추구하는 건 투자수익"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를 하게 될 수도 있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이 나서 경영권 견제와 방어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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