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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무명’ AI 스타트업이 ‘거함’ 엔디비아를 ‘침몰’시켰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5.02.02 07:07
수정 2025.02.02 07:07

저비용 中 딥시크 깜짝 등장에 엔디비아 주가 곤두박질

AI개발에 엔디비아 AI칩 대량 필요하지 않다는 전망 탓

딥시크 모델 오픈AI 모델보다 정확도 낫고 비용은 저렴

편향적 대답 내놓고 각종 의혹과 개인정보 보안에 우려

중국 AI스타트업 딥시크 악재를 만나 엔디비아 주가가 곤두박질친 지난 27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분주히 주문을 내고 있다. ⓒ AFP/연합뉴스

지난 27일 미국 뉴욕 나스닥증시에서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 엔디비아(nDIVIA)가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날 나스닥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엔디비아 주가는 “딥시크는 매우 저렴한 데도 성능은 좋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수직 하락한 것이다.


이날 엔디비아 주가는 전날보다 16.97%나 급락한 118.42달러(약 17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深度求索)의 깜짝 등장으로 AI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엔비디아의 AI칩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곤두발질친 것으로 분석된다.


‘무명’의 딥시크가 ‘항공모함’ 엔디비아를 삼켜 버렸다. 딥시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당일인 20일 선보인 오픈소스 AI모델 ‘R1′이 놀라운 기술 진전을 이뤄냄으로써 미국 기술산업의 ’천하무적 이미지‘를 완전히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린 까닭이다.


딥시크가 선보인 복잡한 추론 문제에 특화한 AI모델 R1은 AI분야 혁신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 등이 28일 보도했다. 딥시크 R1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챗GPT 개발사인 미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모델 'o1'보다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았다.


미 수학경시대회(AIME) 2024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딥시크 R1은 79.8%의 정확도로 오픈AI의 o1(79.2%)보다 앞섰다. 코딩 부문 라이브벤치 평가에서도 딥시크의 AI가 65.9%의 정확도로 챗GPT(63.4%)보다 높았다. 25일 기준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 연구원들이 챗봇 성능을 평가하는 플랫폼인 '챗봇 아레나'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오른쪽)이 지난 20일 리창 총리가 주재한 과학계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중국중앙TV(CCTV) 홈페이지 캡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딥시크 R1의 파라미터(매개변수)는 6710억개에 이르지만, 작업시엔 이중 340억개만 선별 활성화하도록 설계됐다. 모든 매개변수를 한번에 사용하지 않는 까닭에 기존 메커니즘보다 메모리 사용량이 훨씬 낮고 작업 속도도 빠르다. 딥시크는 이를 통해 R1과 비슷한 수준의 o1보다 메모리 사용량을 90%까지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R1은 2개월여만에 557만 6000달러의 아주 싼비용으로 학습을 끝냈다. 오픈AI 챗GPT 훈련비용은 7800만 달러에 달하고,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AI모델 '라마3′ 모델에 쓴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AI 선두기업들이 1만 6000개 이상의 칩을 사용해 챗봇을 훈련한 것과 달리 딥시크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2000개만 필요했다고 NYT는 전했다.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의 마크 앤드리슨 창업자는 “내가 봤던 가장 인상적인 기술적 돌파구 중 하나”라며 “딥시크는 AI의 ’스푸트니크 모멘트(순간)‘라고 극찬했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소련이 미국보다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먼저 발사하면서 미국이 우주기술이 뒤쳐졌음을 각성한 사건을 말한다. 미국의 AI개발이 중국에 따라잡혔을뿐 아니라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딥시크는 량원펑(梁文鋒·40)이 2023년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설립했다. 광둥(廣東)성 잔장(湛江)시에서 태어난 그는 2002년 잔장시 우촨(吳川) 제1중학 가오카오(高考·대입수능시험) 수석을 차지하고 저장대에 진학해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량 창업자는 AI와 금융에 관심이 많았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발(發)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한 시기 친구들과 함께 팀을 구성해 머신러닝(기계학습) 등을 활용한 ‘퀀트 트레이딩’(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투자기법)을 연구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들고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3년 대학 동문 쉬진(徐進)과 항저우에서 퀀트 트레이딩 펀드 야커비(雅克比)투자를 공동 창업한 그는 2년 뒤에는 환팡량화(幻方量化·High-Flyer)를 설립해 수학과 AI를 이용한 퀀트 투자에 나섰다. AI 딥러닝(심화학습)을 컴퓨터 트레이딩에 적용해 자금을 끌어모았고, 운용 자산을 4년만에 80억 달러 규모로 불렸다.


이에 힘입어 2021년부터 량 창업자는 엔비디아의 GPU를 사재기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그는 미 정부가 중국에 AI칩 규제를 부과하기 전인 2019년부터 AI개발을 위한 칩을 비축하기 시작해 엔비디아 A100 GPU 1만~5만개를 확보했다. 이를 활용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업체로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뒤 2023년 5월 딥시크를 창업했다.


이미 확보한 LLM을 훈련할 수 있는 엔비디아의 GPU 1만개로 AI칩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딥시크는 2023년 11월 첫번째 오픈소스 AI모델 '코더'를 공개했고, 지난해 5월 한층 더 진전된 'V2'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강력한 성능과 저렴한 비용으로 주목받았으며, 이어 차례로 내놓은 ‘V3’와 ‘R1’은 딥시크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엔비디아는 A100과 H100 등 자체 개발한 GPU를 통해 세계 AI열풍을 주도했다. 지난해 4분기 블랙웰이라는 최신 AI칩을 내놓으면서 빅테크 등 AI 개발업체에 공급해 왔다. H100의 경우 칩 한개 가격이 3만 달러 안팎이며, AI모델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칩이 수십만개가 필요하다. 엔비디아는 막대한 매출을 올리며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딥시크 모델 훈련에는 엔비디아의 H800 칩이 사용됐지만, 이는 미 정부의 수출규제를 피하기 위한 중국 수출용인 만큼 성능을 낮춘 제품이다. 이런데도 딥시크 AI모델은 엔비디아의 최신 칩보다 성능이 떨어지고 값싼 칩을 사용했는 데도 빅테크의 최신 모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성능을 내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함께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합작 벤처 '스타게이트' 설립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 AP/뉴시스

딥시크의 AI모델이 확산되면 엔비디아가 비싼 최신 AI칩을 앞세워 올렸던 막대한 매출과 순이익은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투자 연구기관 야르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르데니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빅테크들이 딥시크로부터 더 저렴한 GPU로 AI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이는 엔비디아에는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딥시크는 편향적 답을 내놓는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가디언에 따르면 딥시크는 “1989년 6월4일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는 질문에 “죄송합니다. 제 범위를 벗어납니다. 다른 것에 관해 이야기합시다”라고 답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곰돌이 푸’에 빗대 풍자하는 이유나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에게 생긴 일, 홍콩의 ‘우산혁명’ 등을 묻는 말에도 딥시크는 답변을 회피했다. 가디언은 중국 정부가 자국의 생성형 AI에 ‘핵심 사회주의 가치’에 위반되는 내용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딥시크에 각종 의혹도 제기된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딥시크가 오픈AI의 모델을 무단 이용해 개발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 전했다. 오픈AI 측은 "중국에서 미국의 AI모델을 '증류‘해 복제하려는 이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며 "딥시크가 오픈AI의 모델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추출해 개발했다는 정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딥시크와 오픈AI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증류는 기존의 AI모델로 새 AI모델의 답변을 평가해 학습시킴으로써 기존 모델의 학습 능력을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방법으로 새 AI모델은 초기 모델을 구축하는데 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 없이도 비슷한 기능을 가질 수 있다. 오픈AI는 자사 AI 모델을 이용해 경쟁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도 크다. 딥시크는 개인정보 보호 약관에서 중국 내 서버에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분쟁은 중국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고 규정돼 있는 것이다.


딥시크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따르면 딥시크는 AI모델 학습을 위해 이용자들이 입력한 키보드 패턴이나 텍스트, 오디오, 파일, 피드백, 채팅 기록과 다른 콘텐츠를 수집하고 회사 재량에 따라 해당 정보를 법 집행기관 및 공공 기관과 공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이버보안 업체 아르미스의 나디르 이즈라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30일 블룸버그에 “수백개의 기업, 정부와 연관된 기업들이 중국 정부로의 잠재적 데이터 유출 가능성과 개인정보 보호 취약성을 우려해 직원들의 딥시크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며 “자사의 고객사 70% 정도가 딥시크 접속 차단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 자료: 미국 AI개발업체 AIPRM

이 같은 우려에 세계 각국과 기업들은 딥시크에 대한 견제를 서두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30일 딥시크가 AI개발에 중국 수출이 금지된 미국산 반도체를 사용하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로이터는 미국산 첨단 AI 반도체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지를 통해 중국에 조직적으로 밀수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와 해군, 의회 등은 '보안과 윤리적인 이유'를 들어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고, 미 의회도 의회 자산인 장치에서 딥시크 기능을 제한했으며 직원들에게도 공용 전화와 컴퓨터 등에 딥시크를 설치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이탈리아에선 딥시크 앱의 신규 다운로드가 차단됐다. 이탈리아 개인정보 보호기관 가란테는 이탈리아 사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중국에 있는 서버에 저장되는 것을 우려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반도체 수출제재를 저성능 칩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의 H20 칩으로 수출통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 정부의 대중국 수출 통제에 따라 저사양으로 출시한 제품이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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