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앞두고 악재성 공시 ‘우수수’…올빼미 공시 '주의보'
입력 2025.01.25 07:00
수정 2025.01.25 07:00
장 마감 이후 채무보증·차입금 증가 등 쏟아져
거래소, 재공지 등으로 피해 방지 노력 중
다음 주 내내 국내 증시가 설날 연휴로 휴장에 들어간 가운데 타인에 대한 채무보증, 단기차입금 증가 등 주가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정보들이 잇따라 공시됐다.
증시 휴장일을 틈타 악재성 정보를 공시하는 ‘올빼미 공시’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 등에서는 올빼미 공시를 한 종목들에 대한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설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전날 국내 증시(코스닥·코스피) 내 공시는 총 669건으로 집계됐다. 국내 상장사들의 일일 공시 건수가 평균 300~500건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많이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악재성 올빼미 공시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빼미 공시란 상장사가 투자자의 주목도가 낮은 시점에 회사에 불리한 악재성 정보를 공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시기를 노려 주가 하락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다.
실제 코스피 상장사 HDC현대산업개발은 ‘홍은1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대해 2511억6000만원 규모 채무보증을 결정했다고 전날 장 마감 이후 공시했다.
이 외에도 HD현대일렉트릭, 한화솔루션, 한화오션 등도 ‘타인에대한채무보증결정’을 발표했다. 해당 공시는 말 그대로 계열사 들의 채무를 대신 갚아주겠다는 뜻으로 통상적으로 악재로 작용한다.
코스닥 상장사 엔켐은 같은 날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단기차입금증가결정을 공시했다. 차입금은 4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5.18%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엔켐의 전체 단기차입금 규모는 1148억원5000만원으로 늘었다.
신테카바이오는 100억원(자기자본 대비 32.02%) 규모 차입금 발표와 더불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체결’도 공시했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신테카바이오의 최대 주주인 정종선 대표이사는 차입금 100억원에 대한 담보로 보유 중인 신테카바이오 지분 전량 234만3500주를 담보로 제공한다.
자사주 관련 공시도 나왔다. 시노펙스는 보유 중인 자사주 가운데 7만4000주를 임원 대상 자기주식 상여 지급을 위해 처분한다고 밝혔다. 티에프이 또한 같은 목적으로 2만1200주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서는 회사에 대한 동기부여와 사기진작을 위해 자기주식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작년 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의 임원과 주요주주들이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꼼수’가 매번 반복되고 있어 악재성 공시라는 인식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콘텐트리중앙은 자회사에 대한 금전대여 결정을 공시했으며 한국항공우주·한온시스템·선샤인푸드·한국유니온제약 등은 전 대표이사 등 임원들의 횡령·배임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금융당국에서는 올빼미 공시와 관련해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휴장일 직후 첫 매매일에 올빼미 공시를 전자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재공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연휴 뒤 개장을 앞두고 공시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이러한 공시에 불공정거래 소지가 발견될 시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