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파이프라인 강화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적자 극복 ‘기회’ 노린다
입력 2025.01.22 15:07
수정 2025.01.22 15:07
SK바이오사이언스 폐렴구균 백신, FDA 임상 3상 승인
화이자 ‘프리베나 20’ 대비 더 많은 혈청청 포함
일본뇌염 mRNA 백신 등 파이프라인 강화
일부 글로벌 제약사가 독점하고 있던 ‘백신’이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두에 나선 것은 SK바이오사이언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폐렴구균과 일본뇌염 백신을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삼는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2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21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후보물질 ‘GBP410’의 임상 3상 시험 계획이 미국 식품의약청(FDA)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 허가를 받은 직후 들려온 쾌거다. 현재 후보물질 GBP410은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호흡기 감염을 유발하는 폐렴구균은 영유아와 고령자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최근 인플루엔자 확산세가 이어지며 백신 수요도 나란히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5세 미만의 영유아 가운데 연간 약 30만명이 폐렴구균 질환으로 인해 사망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고 있는 후보물질은 기존 13가, 15가 백신 대비 더 많은 혈청형을 포함해 예방 감염 범위를 넓힌 게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은 화이자의 20가 폐렴구균 백신인 ‘프리베나 20’ 보다 더 많은 혈청청을 포함한다. 만약 SK바이오사이언스의 폐렴구군 백신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넓은 예방 범위의 소아용 백신이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연 시장성이다. 글로벌 의약품 통계 기관인 이벨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4.7%를 기록하며 2024년 11조9000억원에서 2028년 14조2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사실상 화이자가 독점하고 있다. 화이자의 ‘프리베나 13’은 2010년 출시 이후 14년 연속 폐렴구균 백신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프리베나 13과 프리베나 20의 매출은 60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대조 백신 대비 동등한 수준의 면역원성 및 안전성을 확보, 사노피와 함께 유통망을 넓혀 백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노피와 공동 투자로 지난해 3월 백신 제조공장인 ‘L 하우스’ 증축 공사에 착수하는 등 백신 저력 넓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노피와 함께 GBP410 상용화를 위한 양사의 협력 범위를 확장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체결된 계약은 현재 상용화된 제품보다 잠재적으로 더 넓은 예방 효과를 제공하는 차세대 페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개발을 목표로 한다.
페렴구균 외에도 백신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mRNA 기술을 활용한 일본뇌염 백신 후보물질 ‘GBP560’에 대한 임상 1,2상 시험 계획을 호주 인체연구윤리위원회(HREC)로부터 최종 승인 받았다.
mRNA 백신은 유전자 염기 서열을 활용해 기존 백신 대비 빠르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노바원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글로벌 mRNA 의약품 시장 규모는 연평균 17% 가량 성장해 2033년에는 약 84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60 안전성 지표와 바이러스 중화 항체 역가 반응을 확인해 2026년까지 중간 결과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백신 사업 부문의 강화는 매출 및 수익성 하락으로 고전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공시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9월 총 8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늘어난 연구개발비 영향이다. 2024년 3분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구개발비는 848억원으로 전체 매출 1106억원의 76.6%를 차지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폐렴구균 백신 등 연 매출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백신 시장에서 선도적 지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