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강달러’에 공사비 오름세 계속…건설업, 새해도 ‘암울’
입력 2025.01.20 16:03
수정 2025.01.20 18:11
트럼프 대통령 취임, ‘고환율’ 전망…원자재값 인상 불가피
건산연, 환율 10% 오르면 건설 수입품 가격 0.34% 상승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건설사들…“공급망 안정성 강화해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건설업계의 공사비 부담이 짙어질 전망이다.
높은 환율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건설 원자재값 상승,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 증대 등이 예견됨에 따라 건설업계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게 됐다는 판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취임식이 20일 정오(현지시간) 진행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강달러 현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나라에 10~20% 기본 관세를 비롯해 중국에는 60% 이상의 추가 관세에 나서겠다고 예고하면서다.
실제로 13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1400원대를 뚫었다.
이후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사태와 맞물려 환율이 1400원대 중반까지 오르내리는 등 대내외 변수로 인한 여파가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마저 언급되는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원자재 수급 불안과 가격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급등 문제에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이미 국내 공사비는 2020년 이후 30%가량 크게 뛴 상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건설공사비지수(2020=100)는 지난해 11월 기준 130.26(잠정)으로 2020년 11월(100.97) 대비로는 29.0% 올랐다.
특히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를 때 건설산업 수입품 가격은 0.34%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건설산업 국산 중간투입 품목의 산업별 수입의존도를 고려하면 환율 10% 상승 시 타산업 비용 증가에 따른 2차적인 비용 상승 압력은 0.52%로 예측됐다.
건설 수입품 중에서는 수입 규모가 큰 철근 및 봉강(9000억원), 석제품(5500억원), 합판(5300억원) 등이 공사비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공사비가 오르게 되면 건설사의 수익성도 악화되는데, 2021년 80% 수준을 유지하던 대형 건설사들의 원가율은 최근 90% 이상으로 치솟는 등 부담이 커진 상태다.
박철환 건산연 연구위원은 “정부는 내수경제 회복을 위해 대내외 불확실성 관리를 통해 기업들의 자재조달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건설기업들은 급격한 환율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비축을 확대하고 대체 수입국 발굴 등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해야 하며 일정 수준의 국산품 구매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건설업계 침체가 길어질수록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건설사들의 보수적인 수주 전략으로 조합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거나, 공사비 증액으로 갈등이 빚어져 사업 진행 속도가 늦어지는 등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환율 추이를 비롯해 원자재 수급 문제, 친환경 정책 등으로 올해 공사비 상승세가 안정화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원자재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현 시점에도 공사비가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어서 부담이 상당하다. 앞으로 수익성 관리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