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억 가로챈 뒤 미국서 호화 생활…전세사기범 부부 추방 사진 공개
입력 2025.01.13 09:22
수정 2025.01.13 09:22
미국 연방 이민세관국(ICE), 한국 송환된 40대 전세사기범 부부 추방 당시 사진 공개
세입자 90명 상대 전세보증금 62억 갈취…50대 피해자, 지난해 극단적 선택 하기도
2022년 합법으로 미국 입국해 호화 생활 즐겨…경찰, 인터폴 공조해 신병 확보 나서
세입자 90명을 상대로 보증금 62억원을 가로챈 뒤 미국에서 호화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전세 사기범 부부의 얼굴이 미국 연방 이민세관국(ICE)을 통해 공개됐다.
ICE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19일 한국으로 송환된 40대 남모씨와 최모씨 부부의 추방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이들은 사기 혐의로 한국에서 수배됐고, ICE 집행송환 작전팀(ERO) 시애틀 사무소를 통해 체포됐다.
이들은 2019년 4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대전시 일대에서 깡통전세사기를 일으킨 인물로 알려졌다. 깡통전세란 건물 담보 대출과 세입자 보증금이 실제 건물의 가치보다 많은 것으로, 이들 부부는 전·월세 계약 희망자 90명을 상대로 전세보증금을 충분히 반환할 수 있는 것처럼 속여 6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50세 남성은 이들에게 전세보증금 8000만원을 사기당한 뒤 지난해 6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들에게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이들이 2023년 3월경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들은 그보다 앞선 2022년 8월 19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통해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틀랜타에는 남씨의 언니가 거주하고 있었고, 부부는 애틀랜타 고급 주택가에 살면서 아들을 펜싱 클럽에 보내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국제형사경찰기구(I인터폴)에 이들에 대한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인터폴은 곧바로 수배를 발령했다. 적색수배가 발령 후 미국 연방 국토안보부 산하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 등이 한국 당국과 공조해 이들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연방 국토안보부는 이들에게 발급된J1(문화교류) 비자를 전격 취소했다.
이런 가운데 이들은 당국과 피해자들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애틀랜타에서 시애틀로 도주해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남씨의 언니에 대한 신상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게 되고, 용의자 부부 목격담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경찰은 거주지역 첩보를 입수해 미국의 추방 담당 기관인 집행·퇴거운영국(ERO)에 긴급 공조를 요청해 2개월간 잠복 끝에 피의자들을 검거했고, 연방 이민법원은 최씨와 남씨에게 각각 11월 7일과 8일 자진 출국 명령을 내렸다. 결국 이들은 지난달 ERO시애틀팀과 한국 관계자들의 호송 아래 상업 항공편을 통해 한국으로 송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