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20일 취임 앞둔 트럼프에 "유죄지만 '무조건 석방'" 선고
입력 2025.01.11 06:44
수정 2025.01.11 06:44
트럼프, 중범죄 범법자 '주홍글씨' 달고 20일 대통령 취임
트럼프 "실패한 정치적 마녀사냥…항소해 신뢰회복할 것"
미국 법원이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게 1심에서 유죄와 함께 사실상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무조건 석방'을 선고했다. '유죄 선고'라는 오명은 쓰고 가게 하되, 실형의 집행유예뿐 아니라 벌금도 선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주 1심 법원인 맨해튼 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10일(현지시간) 선고공판에서 성인영화 여배우와의 성관계 의혹 폭로를 막으려고 입막음 돈을 지급하고 관련 회계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트럼프 당선인이 유죄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은 미 역사상 처음으로 '중범죄자'로서 대통령에 취임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는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에게 징역형이 선고할 경우 대통령직 수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징역이나 보호관찰 처분을 내리지 않는 '조건 없는 석방'을 선고했다.
머천 판사는 선고 공판에서 "이 나라의 최고위 공직(대통령)에 부여된 상당하고 특별한 법적 보호는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하는 요소"라면서도 "그것이 범죄의 심각성을 경감시키진 않으며, 어떤 식으로든 범죄를 정당화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 대통령직에 부여된 법적 보호가 특별한 것이지, 그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법 정의는 구현하면서도 트럼프의 대통령 직무 수행은 방해하지 않는 절충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나온 12명 배심원의 유죄 평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무조건적인 석방은 상징적인 결과일뿐 트럼프 당선인은 유죄 판결을 받은 최초의 중범죄자인 대통령이라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추문 입막음' 사건은 트럼프 당선인이 전직 성인영화 여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약 1억 9000만원)을 건네면서 비롯됐다. 그는 2016년 대선 직전 마이클 코언 변호사를 통해 자신과의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려고 했던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이 비용을 회사 자금에서 법률 자문비 명목으로 처리해 '기업 문서 조작' 혐의를 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화상으로 재판에 참가했다. 그는 "이 재판은 정치적 마녀사냥이었고, 내 명예를 타격을 가해 선거에서 패배하게 만들려 했지만 실패했다"라며 "이 재판은 정부의 무기화이자 뉴욕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무런 가치 없는 이 사기극에 항소하고 미국인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 측이 항소 절차를 밟을 순 있어도 적어도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게다가 취임 이후 ‘셀프 사면’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의 사면권한이 주(州) 정부 혐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 법원은 법무부의 관할에서 벗어나 있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을 기소한 형사사건 4건 가운데 재판이 진행돼 실제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은 입막음 돈 사건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