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준 경호처장, 경찰 조사 중에 긴급체포 당할까
입력 2025.01.10 15:43
수정 2025.01.10 16:15
경찰 국수본 출석하며 영장 집행 부당함 강조…尹대통령 지지층 결집 효과 겨냥한 듯
자진 출석하며 도주 우려 없다는 점 증명…강제수사 가능성 차단
경호처 간부들 보호하며 2차 영장 집행 저지력 유지하겠다는 의도
전격 출석하면서 경찰의 대응도 주목…조사 중 긴급 체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경찰에 전격 출석함에 따라 그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박 처장이 출석하면서 경찰의 대응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박 처장을 조사 중 긴급 체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처장은 경찰의 1, 2차 출석요구에 불응하면서 세 번째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박 처장은 1차와 2차 불응 때엔 각각 경호 업무와 관련해 자리를 비울 수 없고, 변호인 선임이 안 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경찰은 3번째 출석 요구도 불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 아래 체포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처장이 전날 변호인을 선임하며 법적 대응을 공식화한 데 이어 이날 예정된 시간에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하자 경찰이 오히려 허를 찔린 상황이 됐다.
경찰에 출석할 경우 자칫 긴급체포 당할 위험이 있음에도 박 처장이 출석을 결정한 것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위법요소를 포함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알리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인의 출석 여부와 시간을 미리 언론에 알린 것도 이러한 맥락인 것으로 평가된다.
박 처장은 이날 국수본 청사 앞에서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집행 방식 절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리 준비해 온 듯 거침없이 소견을 밝히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부당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성공했다.
박 처장이 직접 출석을 결심한 또다른 이유는 윤 대통령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 역시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처장은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이틀 뒤인 지난 5일에도 서면이 아닌 영상을 통해 체포영장 집행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이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경호처를 적극 옹호하며 한남동 관저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또한 박 처장은 직접 자진출석함으로써 본인이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됐다. 따라서 박 처장에 대한 긴급 체포나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질 경우 윤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경찰 강제수사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
그 외 다른 이유로는 경호처 휘하 간부에 대한 선처를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호처 간부가 줄줄이 입건되고 이들이 소환 조사에 불응하는 상황에서 경호처 수장인 자신이 체포 등 모든 가능성을 떠안겠다는 포석을 깔았다는 것이다.
현재 박 처장과 함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등은 모두 경찰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다.
박 처장을 비롯해 경호 책임자들이 모두 현장에서 배제될 경우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더 큰 차질이 생기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출석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출석으로 경찰의 '체포 시나리오'에도 일부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2차 체포 시도에 나서면서 박 처장 등 경호처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도 집행해 경호처 수뇌부를 와해하는 작전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