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민전, '백골단' 자처 해괴한 이들 국회 회견장에 세워"
입력 2025.01.09 18:48
수정 2025.01.09 19:09
김민전 9일 '반공청년단' 소개 회견 후폭풍
'백골단', 자유당 시절 어용 정치단체 명칭
비상계엄령 발동과 '부산정치파동' 촉발
金 "조직명, 이래라저래라 할 문제 아냐"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반대 집회에 나서고 있는 소위 '반공청년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일고 있다. 반공청년단은 스스로를 '백골단'이라 자칭했는데, 이는 땃벌떼·민족자결단 등과 함께 자유당 시절 비상계엄을 수반한 '부산 정치 파동'을 일으켰던 어용 정치단체의 명칭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김민전 의원의 기자회견 주선 행위를 맹비난함과 동시에, 과연 백골단이 의미하는 바를 김 의원이 인지조차 하지 못했는지 다그치는 등 정치쟁점으로 키워가는 모양새다.
김민전 의원은 9일 오후 돌연 하얀 헬맷을 쓴 2030 청년들과 함께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김 의원의 소개와 함께 시작된 반공청년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우리는 최근 민주노총의 대통령에 대한 불법 체포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시위를 벌인 청년들"이라며 "우리 지도부는 조직의 공식 명칭을 반공청년단(反共靑年團)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급기야 "'백골단'은 반공청년단의 예하 조직으로 운영됨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백골단'이란 1950년대 초반 등장했던 어용 정치단체다. 1950년 5·30 총선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집권여당(독립촉성국민회·국민당·여자국민당·청년단)이 전체 210석 중 57석을 획득하는데 그치자, 1952년부터 집권 세력에 의해 조직된 '국회 해산' 요구 어용집회가 만연했다. 백골단은 땃벌떼·민족자결단과 함께 어용단체의 일익을 담당해 비상계엄령 발동과 '부산 정치 파동'을 촉발했다.
한편으로 1980년대 운동권 집회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백색 하이바'를 쓰고 활동했던 경찰 기동대를 '백골단'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난데없는 반공청년단·백골단 소개 국회 기자회견에 박창진 민주당 부대변인은 같은날 브리핑에서 김 의원을 "윤석열의 공천 개입이 낳은 무자격 국회의원의 전형"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사라졌던 백골단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나타나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고 선언했다"며 "백골단은 이승만 정권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빌미를 만들어준 정치 깡패 집단이었고, 80~90년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사복 경찰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백골단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내걸고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하는 미치광이·바보 같은 사람들을 누가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웠느냐"며 "더욱이 이들은 '윤석열을 지키고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내란 수괴를 앞장서 옹호하더니 끝내 백골단을 자처하는 해괴한 이들을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운 김민전 의원도 마찬가지"라며 "국회의원 자격 없음을 증명하고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후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김 의원은 자칭 '백골단'을 자처하는 조직을 국회에 끌어들여 내란을 선전·선동했다"며 "까마득히 잊혔던 정치 깡패의 망령을 되살릴 작정이냐"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법 집행을 막는 폭도의 길을 가려고 하느냐"며 "국민의힘은 제발 이성을 되찾고 민심의 거울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당 국민소통위원장인 전용기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김 의원의 정치 깡패 동원 시도 의혹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승만 정권에나 있던 정치 깡패인 백골단을 2025년도에 새롭게 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김 의원의) 기자회견을 보면 반공청년단 예하 조직으로 백골단이라는 조직도 있다고 한다"며 "백골단이라고 하는 정치 깡패의 부활을 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 깡패를 부활시켜 결국 윤석열을 방탄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김 의원은 발대식을 도와준 것을 반드시 중단하고 즉각 사퇴하라"며 "국민의힘은 김 의원을 즉시 제명하고 이런 시도가 당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남초교 앞에서 만났던 청년들의 열정에 감동했다"며 "살을 에는 눈보라 속에서 밤을 지새운 그들이 마음 아프기도 했고, 자유민주주의와 투명한 선거 검증을 외치던 그들의 열정에 감동하기도 했다"는 해명 메시지를 올렸다.
김 의원은 "어제 오후 (대통령 관저 인근) 한남초 앞의 청년들이라며 '의원실로 기자회견을 주선해달라'고 연락이 왔다"며 "그들을 위한 조그만 수고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 '오늘 당장 하자'고 교육위 공청회와 본회의 사이 시간에 짬을 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오늘 기자회견 직전 보좌진으로부터 받은 그 청년들의 조직 이름은 '반공청년단'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소개를 했던 것"이라며 "반공청년단이나 백골단이라는 이름도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문제는 아니고 청년들이 스스로 토론을 통해 교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논란을 의식한 듯 해당 기자회견을 철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김 의원이 빚은 해프닝이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당 의원들 간에도 약간의 스펙트럼 차이가 있다. 그 지점에 대해서는 겸허히 인정드린다"고 답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당의 공식 차원 입장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