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권한대행의 진짜 시험대…두번째 ‘닮상’ 오르나
입력 2025.01.09 16:57
수정 2025.01.09 19:15
崔대행, 1년여간의 경제사령탑 내부 평가…20일 결과 발표
기재부, 매년 13명 안팎 선정…뽑히면 대부분 ‘출세 가도’
‘제2의 인사평가’에 스트레스도…리더십·인격·소통 관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첫 번째 내부 시험대 앞에 섰다. 다음 주 치러지는 기재부 ‘닮고 싶은 상사(닮상)’ 투표에 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기재부 직원들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투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1년간 경제부총리로서의 행보에 쓴잔을 들이킬 것으로 보인다. 졸지에 리더십 공백 속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된 최 권한대행의 고군분투에 동정표를 던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일 공무원노조 기재부 지부에 따르면 ‘2024년 닮상 투표’는 오는 16~17일 진행한다. 닮상 투표는 기재부 내부에서 ‘제2의 인사평가’로 통한다. 과장급 이상의 간부를 대상으로 직원들이 리더십·능력·소통·인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노조 주관의 연례 행사다. 지난 2004년 첫 시작으로 지난해 21회를 맞았다.
무보직 서기관 이하 전 직원(공무직·파견 포함)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부내 닮상과 ‘닮고 싶지 않은 상사(안닮상)’를 국장급 이상과 과장·팀장급 각각 최대 2명, 4명씩 적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직원을 추려낸다. 닮상은 실·국장급 3명, 과장·팀장급은 10명 내외로 선정해 오는 20일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
투표 결과는 인사 고과에 직접 반영되지는 않는다. 다만 그동안 좋은 결과를 얻었던 간부와 직원 대다수가 ‘출세 가도’에 달렸던 만큼 기재부 직원들의 큰 관심을 받는다. 선정 결과는 부총리에게도 보고된다는 점도 직원들에게 큰 부담이다. 특히 내부 평판으로도 이어져 매년 닮상에 뽑히기 위해 애를 쓴다는 소문도 제법 들린다.
기재부 수장으로 6년여 만에 금의환향한 최 권한대행은 투표 대상자에 올랐다. 2017년 5월 기재부 1차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에 떠난 그는 2022년 대통령실 경제수식을 거쳐 작년 12월 친정에 복귀했다. 최 권한대행은 1년여 간의 기재부 내부 신망이 얼마나 두터웠는지, 윤석열 정부 2기 경제 사령탑 역할에 대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1인 多역’을 이어가는 부분도 시험대 일부에 올라갈 것이란 기재부 직원들의 전언도 나온다. ‘12·3 비상계엄’ 이후 권한대행으로서의 국정운영과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대응 등도 닮상 투표 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주목된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지난 2006년 증권제도과장 시절 닮상에 1번 선정된 바 있다.
닮상에 3번 선정되면 이른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다. 지난해 닮상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서 선정됐다. 당시 현직 부총리가 닮상에 뽑힌 것은 최경환 전 부총리 이후 7년 만이었다. 3번 뽑힌 간부들은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면 투표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최 권한대행이 닮상이 아닌 안닮상에 이름을 올리면 체면을 구길 수 있다. 보통 닮상보다 안닮상이 내부에선 관심이 크다. 안닮상에 선정되면 기재부 인사과장으로부터 결과를 직접 듣는다. 결과가 닮상처럼 공표되지 않지만, 사실상 전 직원이 알게 된다.
이번 투표에서 최 권한대행이 받을 결과에 대해 직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가에서 “관운이 탄핵과 기구하게 얽혔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 내몰린 탓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엘리트 경제 관료 중에 거시경제·금융 분야 핵심을 모두 거친 드문 이력 소유자”라며 “권한대행 이후로부터의 상황은 안타깝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 같아 짠하다”면서도 “동정보다 권한대행 전 경제부총리로서의 역할과 업무 지시, 소통 등을 객관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투표는 전자투표로 진행한다. 투표인 명부 작성을 위해 오는 14일까지 개인정보를 수집한다. 투표 기간 휴대전화에 전송된 인터넷 링크에 접속해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 뒤 투표할 수 있다. 지난해 QR코드 방식은 올해부터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