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실적 발표 앞두고 주주환원 '먹구름'…고환율에 CET1 비율 우려
입력 2025.01.09 06:00
수정 2025.01.09 06:00
환율 치솟자 밸류업 '경고등'
4분기 포함 수치 발표 앞두고
당국 기준 13% 맞출지 '주목'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4대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각 금융지주는 CET1 13%를 기준으로 주주환원 확대를 약속했는데, 지난해 연말 환율이 급등하면서 그 기준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9일 각 사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의 CET1은 각각 KB금융 13.8%, 신한금융 13.13%, 하나금융 13.17%, 우리금융 11.96%로 집계됐다.
CET1은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중 하나로,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을 뜻한다. 금융사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주주 배당 여력도 높다고 여겨진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정책에 맞춰 관련 비율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에선 금융지주회사들에 CET1 13%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우리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들이 금융당국의 기준선인 13%를 상회했지만, 최근 정치적 불안정 상황 등을 포함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며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 위험자산이 증가하고, 이는 곧 CET1 하락으로 이어져 주주환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금융지주들의 CET1 수치와 비롯한 연말 실적은 이달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지난해 3분기 13.8%를 기록한 KB금융은 비교적 여유로운 상황이지만, 턱걸이로 기준을 넘긴 신한·하나금융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 시 CET1 하락 추정 폭은 신한금융은 0.006%포인트(p), 하나금융은 0.025%p 수준이다. 외화자산이 상대적으로 많을수록 환율 민감도가 더 높다. 우리금융은 CET1 비율이 12%에 미치지 못했던 만큼 주주환원 정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CET1 비율이 13% 이하로 떨어져도 은행들의 전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주주환원을 늘리는 데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걸리긴 하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밸류업 공시를 이행하는 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중 자본비율 회복 시 즉시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가 실시가 예상되기 때문에 연간 기준으로는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다"며 "각 은행들이 가능한 위험 대응 방법을 다양하게 인지하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