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33조' 삼성전자, 올해 정상화 '반도체·모바일' 달려(종합)
입력 2025.01.08 10:20
수정 2025.01.08 10:51
4Q 영업이익 6조5천억…반도체 2조 후반·모바일 2조 초반대 그친 듯
반도체, 주 응용처 업황 둔화로 가격 하락…파운드리도 적자 지속
차세대 메모리 돌파구 절실…모바일도 플래그십 신제품 효과 내야
삼성전자가 지난해 약 33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최악의 성적을 거둔 2023년(6조5000억원) 보다는 크게 개선됐으나 반도체(DS)·모바일(MX) 부문이 막판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연간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삼성전자는 8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영업이익이 32조7300억원을 기록, 전년 26조2300억원과 견줘 398.1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매출액은 300조800억원으로 전년 258조9400억원 보다 15.89% 늘었다.
4분기 실적은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65%, 130.50% 증가했다.
연간 실적과 4분기 실적 모두 증권사 평균 컨센서스(추정치)를 크게 하회했다. 작년 하반기 메모리 가격 하락, 주 응용처 수요 부진 우려에도 4분기 영업이익은 8조2105억원, 연간으로는 34조4435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4분기는 1조7105억원, 연간으로는1조7135억원이나 밑돌아, 4분기에 실적 둔화가 극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4분기 설명자료를 내고 반도체와 모바일·가전 부문 모두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DS는 PC, 모바일 등 IT향 제품 중심 업황 악화로, DX는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 및 업체간 경쟁 심화로 실적이 줄었다는 것이다.
삼성은 "메모리 사업은 PC/모바일 중심 컨벤셔널(범용) 제품 수요 약세 속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메모리 역대 최대 매출 달성에도 불구하고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 및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생산량 확대)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스템LSI(반도체 설계) 등 비메모리 사업은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가동률 하락 및 연구개발비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떨어졌다고 했다.
결국 메모리 사업의 경우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은 선방한 반면, 범용(레거시)은 수요 저조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이익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적자가 지속돼 DS 사업 발목을 잡았다.
이에 따라 DS 부문 영업이익은 당초 전망치 3조원 중후반대에서 2조원대 후반~3조원대 초반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투자증권은 DS 부문 영업이익이 2조7000억원으로 D램 4조6000억원, 낸드 5000억원, 비메모리 -2조4000억원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모바일 역시 갤럭시 Z시리즈 신제품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애플, 중화권 모바일업체 등과의 경쟁 심화로 실적 개선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전망치는 2조원대 중후반대였으나 이를 밑도는 2조원 초반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투자증권은 "반도체는 가이던스 대비 메모리 출하량(B/G), 가격(ASP)이 모두 부진했으며 파운드리 적자폭도 확대됐다"면서 "모바일은 스마트폰 판매 둔화, 폴더블 신제품 출시 효과 소멸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 20% 역성장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SDC) 역시 애플향 플렉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이 둔화됐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간 중소형 OLED를 중심으로 시장장악력을 확대해온 삼성디스플레이의 4분기 영업이익 평균 컨센서스(추정치)는 약 1조원이나 이를 하회했을 가능성이 있다.
가전·TV 사업 부문에서도 성적은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대형 이벤트가 무색하게도 치열한 마케팅 경쟁으로 이익폭이 대폭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연간으로 보면 디스플레이·가전이 다소 부진했지만 반도체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모바일이 이를 뒷받침하면서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개선을 주도했다. 작년 반도체에서는 15조~16조원, 모바일에서는 10조~11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점쳐진다.
전년과 견줘 삼성이 30조원대로 영업이익을 회복한 것은 고무적이나 올해 상황은 미·중 갈등 심화, 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중국 범용 제품 공세 등으로 그다지 녹록치 않다.
삼성 실적을 이끌어온 반도체, 모바일 선전을 올해에도 기대해야 하는 글로벌 환경은 갈수록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 내수 침체, 전쟁 리스크는 글로벌 전체 수요를 끌어내리며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해외 기업 보조금 중단·축소, 관세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같은 우려가 확산해 AI 서버 외 주요 응용처인 PC, 스마트폰, 일반 서버 산업이 정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반도체 성장세에 큰 걸림돌이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지난 12월 19일 열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행사에서 지난해 3분기부터 초과 공급으로 하락전환된 반도체 가격 흐름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은 고스란히 반도체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약한 수요 전망과 재고 증가 등으로 올해 D램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 제재 돌파구로 중국은 저가 반도체를 쏟아내며 글로벌 반도체 단가를 끌어내리고 있고 미국은 삼성·SK가 강점을 가진 HBM마저 수출통제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넣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 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키움증권은 "D램은 엔비디아향 HBM3E(5세대 HBM) 양산 공급 지연, 중국 CXMT의 DDR4 저가 판매, 범용 D램 수급 악화 등으로 연말·연초 예상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향 HBM 공급이 지지부진한 것도 리스크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HBM와 관련해 "현재 테스트 중", "그들은 회복할 것(recover)"이라며 여전히 진행 단계임을 시사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3E 8단과 12단을 양산중이나, 여전히 엔비디아향 공급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전망도 밝지 않다. 글로벌 경제 불황 심화 등으로 올해 선보일 신제품 갤럭시 생산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올해 스마트폰 생산량을 작년 목표치 2억5000만대 보다 2000만대 축소한 2억3000만대로 책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12억1000만대, 올해 12억5000만대로 성장세가 3.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PC 교체 수요도 올해 5.0% 내외 성장이 점쳐진다.
제조사들이 AI PC 등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는 있지만 가격, 호환성 등의 이유로 눈에 띄는 수요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2022년 당시 13.8%, 2021년 11.3% 성장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는 엔비디아향 차세대 HBM 개발·퀄 테스트(품질 평가) 통과에 전력을 다하는 한편 다양한 IT 기업들로부터 선단 공정 제품 수주를 늘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의 경우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5' 시리즈가 이달 말 베일을 벗을 전망으로 MX 부문과 SDC 모두 상반기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삼성은 '생성형 AI' 기술을 탑재한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출시로 'AI 폰' 대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디스플레이만 보면 올해 시장은 6.6% 증가한 1424억 달러로 성장세가 지난해 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OLED 중심 고부가 시장은 성장이 지속될 예정이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바일, 차량용 등을 중심으로 패널 공급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증권가의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7조7575억원으로 2020년 35조9939억원을 소폭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