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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이 앗아간 보수의 쇄신 동력…재건을 위한 방향성은?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5.01.02 06:40
수정 2025.01.02 13:43

與, 총선과 비상계엄 거치며 '만년 2등'으로 전락

강성 지지층 위주의 '영남당' 전락이 주요 문제

대전략 및 정체성 확립의 부재 지적도

전문가들 "창조적 파괴 수준의 쇄신 이뤄져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과 괴리된 모습을 보이면서 보수가 붕괴 직전에 놓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해에는 국민의힘만이라도 방향성을 잘 설정해 보수 재건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냉정하게 말해서 국민의힘의 2024 정치 성적표는 처참했다. 총선이 있었던 2024년 국민의힘의 성적표는 108석이라는 처참한 성적에 그쳤다. 이른바 '개헌 저지선'이라는 100석에서 겨우 8석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데 그치면서, 정치 구도에서의 위상 자체가 양당제의 일익이라기보다는 '1.5당제'에서의 0.5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특히 윤 대통령이 예상치도 못한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이후 국민의힘은 혼란에 빠지면서 미래를 준비하기보다는 현상 유지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 탄핵과 조기 퇴진 방향성을 두고 계파 갈등을 이어가면서 국민적 실망감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사퇴했고,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권영세·권성동 의원을 중심으로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서 '도로친윤당'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여당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실제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을 탈당하는 당원들이 급증하기도 했다. 당 조직국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103명 수준이던 탈당자 수는 계엄 선포 이후인 4일부터 15일까지 하루 평균 645명으로 6배 넘게 늘었다. 특히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이 계엄 선포 당일 대비 1만4199명이나 감소했다.


당 지지율도 2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6∼27일 무선(97%)·유선(3%) ARS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30.6%였다. 민주당은 45.8%였다. 이달 둘째 주 26.7%p(민주당 52.4%·국민의힘 25.7%)까지 벌어졌던 양당 간 격차는 15.2%p로 좁혀졌으나, 14주째 오차범위 밖을 이어갔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보수의 위기에 '영남당' 전략으로 대응하는 與?


이처럼 보수의 위기가 가시화됨에 따라 2025년에는 보수의 쇄신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현재 30%대의 지지층에 만족하는 정당이 될 것인가, 돌아선 중도층의 마음을 잡아 다시 1당을 경쟁하는 지위로 올라설 것인가의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영남당'으로 전락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현 상태에 우려를 표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영남당'에 만족하는 것 같다"며 "영남에서 배지를 달고 있는 의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영남의 30~40% 정도 되는 지지로 버티면 언제든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도로 영남의 힘이 돼 버린 것이 문제다. 영남당으로 전락한 게 큰 원인"이라며 "지금처럼 계속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할 경우엔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진영 내부만을 바라보는, 강성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젠 일반 중도층의 호응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전략이 부제한 과거만 바라보고 사는 보수의 현재를 짚은 전문가도 있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보수가 시대정신을 못 따라가고 있다. 현재의 보수는 단순히 '좌파는 안 된다' 수준의 반응적 정치만 하고 있다는 게 핵심적 문제"라며 "싱크탱크의 유무를 떠나 우리 한국 체제가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 시대정신은 무엇인지 대전략을 그리고 디자인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최 평론가는 또 "보수가 단순히 우리의 것을 지킨다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가다듬고 재정립을 해야 하는데 안주하는 모습만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전문가들, 보수의 '제로베이스' 재정립 필요성 강조


이에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제로베이스'를 외쳤다. 보수가 다시 국민적 관심을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새로 쌓아올리는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문가 대부분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선 긋기, 보수의 가치 재정립 등을 과제로 꼽았다.


차 교수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과 과감히 선을 긋고 '읍참마속(泣斬馬謖)'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보수층은 이미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있다. 국민의힘을 보수정당으로 계속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보수 전반적인 재편을 추구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이런 고민을 시작했을 것"이라며 "이런 고민이 어느 순간 가시화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재건을 위해서는 먼저 '계엄은 잘못되었지만, 탄핵은 반대한다'라는 논리의 부정합성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며 "윤석열은 사실 보수의 적통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잡아낸 사람이다. 윤석열한테 보수라는 이름으로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확실한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 선 긋기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부 평론가는 보수의 근본적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평론가는 대선 이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이대로라면 대선에서 참패하는 그림일 것이다. 대선에서 참패하고 그 다음에 사실상 해체 수준의 당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보수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박 평론가는 대혁신을 위한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그는 "첫 번째는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지금 당의 기득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을 총선에서 다 탈락시켜야 한다. 특히 영남권의 대대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당대표와 당직을 뽑는 데 있어 국민 여론 70% + 당원 여론 30%로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국민과 함께 가는 정당이 돼야 한다. 당 강성 지지층만 따라가면 승산이 없다. 당심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방향으로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볼 때 창조적 파괴 수준의 재창당이 돼야 내후년 지방선거에서 그나마 명함을 내밀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평론가도 "윤석열의 정치 실패가 보수 전체의 실패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대원칙을 세워야 할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반드시 '리빌딩(재건·Rebuilding)'이 필요하다. 보수의 가치 재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수 가치의 재정립이 없다 보니 민주주의의 완성 혹은 국민적 기대치에 접근하지 못하게 돼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계엄 과정과 탄핵 정국의 과정을 복기해서 어떻게 보수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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