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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무안참사] 외식업계, 연말 대목 앞두고 다시 한번 ‘침울’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4.12.31 07:11
수정 2024.12.31 07:11

연말연초 내수에 ‘빨간 불’

이달 소비자심리지수 큰폭 하락

대형사고 터지면서 내수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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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각역 인근 젊음의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계엄사태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외식업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


정국 불안으로 촉발된 고환율로 업계 전반적으로 시름이 깊어진 가운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터지면서다. 업계서는 민간 기업들의 연말연초 각종 모임 및 행사 취소가 잇따르면서 내수가 한층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2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3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오늘부터 1월 4일 24시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무안 참사’에 따른 결정이다. 앞서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소속 보잉 737-800 기종 여객기가 랜딩기어(비행기 바퀴)를 펼치지 못하고 활주로를 이탈, 폭발하면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총 181명이 탑승한 가운데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식업계는 추모하는 마음을 보내면서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12·3 불법 계엄 사태'와 탄핵으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또다시 나라에 큰 사고가 터지면서다. 업계서는 정부가 국가 애도 기간을 정하면서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을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년 모임이 많은 12월이 큰 대목이지만 겹악재가 잇따라 터졌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각 정부 부처 감사관실은 이번 제주항공 사고 관련 소속 공무원에게 비상근무를 주문할 계획이다. 송년회 및 신년회도 사실상 금지될 전망이다.


앞서 외식업계는 계엄 여파로 인해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한·KB국민·삼성·현대카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4개 카드사 합산 매출은 28조2045억 원으로 지난달 동기(28조7997억 원) 대비 2% 감소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연말 송년회와 회식을 자제하면서 음식점과 유흥업소 매출이 급감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카드의 일반음식점 매출은 5763억 원으로, 전년(6,013억 원) 대비 4.2% 감소했다. 지난달 매출 6010억 원과 비교해도 4.1% 가까이 줄었다.


불안한 정국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외식물가까지 오르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지난달보다 12.3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통상 대형 사고 등이 터지면 소비가 일제히 침체되는 흐름을 보인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정부와 민간 기업들은 각종 행사 및 모임을 일제히 취소했다. 민간 기업은 임직원에게 외부 행사를 자제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유통업체 매출도 급감했다.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50대)는 “보통 연말에는 단체 손님도 많고 술 매출도 급증하는 시기인데, 지난해와 비교하면 정말 형편없다”며 “분위기가 이제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또 참사까지 터지면서 마음도 안 좋고 경제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외식업은 지난해 성장하다 올해 경기 침체로 부진했다. 소비 침체에 따라 유통·식음료업체 등 내수와 직결된 기업들의 부진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 여파까지 본격 반영되면 체감경기는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는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까지 오르면 소비자들이 더욱 지갑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감세 정책으로 강달러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겹쳤다.


실제로 최근 국내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더해지면서 원화 가치는 최근 급격히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7일 장중 20원 넘게 치솟으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었다.


이런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환율이 1500원까지 뚫을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먹거리 원재료를 많이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데 라면부터 빵, 고기, 과일, 커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품목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현재 상황이 코로나19 때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그동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탄핵 정국 속에서도 연말연시 모임을 예정대로 진행해 소비를 진작해 달라고 독려해 왔으나 이런 분위기도 당분간 자중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단체들도 신년인사회 등 주요 경제인 행사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그냥 일반적인 경기침체라면 기업차원에서 마케팅도 열심히하고, 대대적인 프로모션도 전개할텐데 사회적으로 그럴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어서 더 걱정이다”며 “새해엔 빚 갚기를 포기하는 자영업자들이 더 빨리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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