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단독 노선' 집착하는 LCC… 왜?
입력 2024.12.29 06:00
수정 2024.12.29 06:00
단독 취항 늘리는 LCC
이스타항공·티웨이·에어부산·제주항공 등
출혈 경쟁 심화에 수익성 둔화… 소도시 여행 수요↑
LCC(저비용 항공사) 업계가 단독 노선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여행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상승 곡선이 둔화되면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단독 노선의 경우 경쟁사가 없어 항공권값을 다소 높게 유지할 수 있고, 승객이 늘수록 수익성이 높아져 고환율로 인한 고정비 부담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지난 26일부터 일본 도쿠시마에 단독 취항했다. 주 3회(화, 목, 토) 정기편을 운항한다. 국적 항공사가 도쿠시마에 정기편을 운영하는 건 이스타항공이 처음이다.
에어부산은 지난 10월부터 부산~발리 직항 노선에 단독 취항했다. 주 4회 운항하며, 차세대 항공기인 A321NeoLR 기재를 투입했다. 제주항공도 지난 10월부터 인천~인도네시아 바탐 노선에 단독 취항했고, 이어 인천~발리 노선까지 취항해 정기편을 운영 중이다. 그간 대형항공사만 취항해왔던 노선으로, LCC 업계에선 최초다.
LCC업계가 단독 노선 경쟁에 나선 것은 수익 다변화를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대형 항공사와 달리 LCC는 중단거리 노선에 특화된 만큼 주요 도시에서 경쟁이 치열한 구조를 갖고 있다. 여행 수요가 높을 때는 경쟁이 치열한 노선에서도 수익이 발생하지만, 여행 수요가 둔화되면 가격 경쟁으로 인해 출혈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여행 수요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파른 상승세는 둔화된 만큼 앞으로 출혈 경쟁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쟁사가 많은 주요 노선이 가격 경쟁의 최전선에 자리한다. 여객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내년부터 가격 경쟁이 가시화 될 것이라는 평가다.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는 데 따른 고정비 부담도 골칫거리다. 항공사들은 유류비, 항공기 리스비용 등 대부분 운항 비용을 달러로 결제한다. 여행 수요가 지속되는 건 긍정적이지만, 환율이 낮아지지 않는 이상 항공기를 띄우면 띄울 수록 비용 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이 가운데 LCC들의 단독 노선은 수요가 따라준다면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맘놓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알짜' 노선이 돼줄 수 있다. 단독 취항은 국내 항공사들의 운항 전례가 없어 리스크가 크지만, 수요가 뒷받침될 경우 수익을 독점할 수 있다.
단독노선 효과를 톡톡히 본 곳으로는 에어서울이 꼽힌다. 일본 여행 수욕 폭증했던 지난해 다카마쓰, 요나고 등에 단독 취항하며 알짜 수익을 올렸다. 다카마스, 요나고 노선의 경우 일본 여행 수요가 늘며 평균 탑승률이 각각 80%, 90%를 기록했으며, 에어서울은 해당 노선의 가격대를 주말기준 70만~100만원 수준으로 유지하며 수익성을 높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인한 '통합LCC'를 견제하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통합 LCC가 등장할 경우 LCC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되고, 남은 LCC 업체들이 통합 LCC와 경쟁하기 위해선 수익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많아질대로 많아진 여행 수요가 앞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 이전 LCC업계의 출혈 경쟁이 아주 치열했는데, 이제 그때의 구도로 점차 돌아갈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승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선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